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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인간에게 미래는 어떤 의미인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0.19
          

인간에게 미래는 어떤 의미인가

<!--[if !supportEmptyParas]-->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 단장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하다.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1년 후 아니 단 1개월 앞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180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내일은커녕 당장 1시간 앞의 미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은 근원적인 욕망으로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다.

요즘 경제가 좋지 않아 전에 없는 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유명한 점집이나 사주카페를 찾는 사람은 적지 않다. 사업이 안 되고 살림살이도 위축되다 보니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장차 사업은 잘 풀릴지 등 자신의 미래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연애를 하는 청춘남녀들은 현재의 관계가 계속될지 그리고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될지, 언제쯤 결혼하게 될지 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미아리 고개 쪽의 오래된 점집들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강남일대에도 신세대를 대상으로 성업 중인 사주카페가 많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서양점성술이나 타로도 인기가 있다. 사주, 팔자, 운세, 궁합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미래 모습을 살짝 엿보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다.

합리성과 과학정신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서유럽사회에서도 미래에 대한 관심은 우리만큼이나 지대하다. 서양사회에서는 별점이나 타로(Tarot)가 일반인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다. 일간지, 주간지나 스포츠 신문에는 별점에 의한 운세란이 고정코너로 연재된다. 이를 호로스코프(Horoscope, 프랑스어로는 오로스코프)’라고 부른다. 호로스코프란 일종의 점성술인데, 황도 전체를 30°12등분하여 각각에 대해 별자리의 이름을 붙인 십이궁을 바탕으로 점을 보는 것이다. 춘분점(春分點)이 위치한 물고기자리부터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등 12별자리를 태어난 날에 비추어 인간의 운명이나 장래를 점치는 방법이다. 가장 오래된 점성술은 기원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호로스코프가 일일운세, 주간운세, 평생운세 등 매우 체계적인 별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르네 데카르트(1595-1650)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별자리 운세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 생활과 함께 한다. 파리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파리지앵들은 신문이나 주간지의 운세란을 보며 혼자 미소 짓거나 심각한 표정을 짓곤 한다.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지대하기만 하다. 왜 이렇게 미래에 대한 관심이 큰 걸까.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사이 간()’자가 들어간 중요한 단어가 3개 있다. 바로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이다. ‘사이 간자는 연속성과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이라는 단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회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는 없으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시간공간이라는 단어는 연결과 연속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은 인간이 살아가는 씨줄과 날줄이 되는 터전이다. 사족이지만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우리는 시간이라는 말과 시각이라는 말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것은 잘못된 어법이다. 고정된 일정한 순간을 이야기할 때는 시간이 아니라 시각이 맞다. 따라서 지금 시각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것이 옳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연결되는 개념이다.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는 미래를 낳는다. 그런 일련의 기나긴 과정이 바로 역사이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카(E.H. Carr)는 자신의 대표적인 저작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란 과거에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만 과거 사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석, 평가하여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해 확립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과거사가 현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속성 때문에 가능하다.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어 있다면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는 현재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시간의 연속성, 즉 역사성을 이해할 때 미래예측도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현재 속에는 과거가 녹아 있고, 미래는 현재를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잘 살펴보면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까지의 추이를 잘 살펴보면 미래의 방향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인류는 역사라는 시간의 궤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과거-현재-미래는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미래는 현재로부터 태어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고사성어 중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라는 말이 있다. ‘지난 일을 잊지 않음은 뒷일의 스승이 된다는 의미다. 인간에게 역사는 하나의 거울이다. 과거사를 반추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사실을 알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를 반추함으로써 현재를 인식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또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한편 과거와 현재는 이미 지나쳐왔거나 처해 있는 부분이므로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오직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미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미래에 대해 본원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현재 어떻게 행동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미래와 운명은 다르다. 미래는 고정불변의 숙명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변화될 여지가 있다. 물론 아무리 준비하고 대비해도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변화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한다. 최대한 객관적 방법으로 근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면 다가올 불행이나 재앙을 막을 수 있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미래예측과 미래학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