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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미래학의 연구기법과 미래학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8.24
          

미래학의 연구기법과 미래학자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 단장

미래학은 시간을 다루는 분야이다. 지나온 시간은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검증 가능하지만 다가올 시간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다고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수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는 법이다. 미래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추론, 합리적 해석을 통해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가령 가능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여기에 맞게 몇 가지의 대책을 갖고 있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나아가 변화를 이용하거나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예측이나 미래학이 학문적인 방법론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사회학의 창시자 오귀스트 콩트는 실증적인 지식이 가장 과학적이고 발전된 지식이라 갈파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실증(實證)이란 말은 실제로 증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을 통해 진리나 법칙을 입증하고, 사회과학도 직간접적인 체험, 현장조사, 서베이, 가상실험 등의 기법을 동원해 나름대로의 과학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미래예측이나 미래학은 미래사회를 연구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누구도 절대 실증할 수는 없다. 이것이 미래학이 다른 학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며, 이 때문에 미래학이라는 학문은 존재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회과학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실험이 가능하지 않고 진리나 법칙이 존재할 수도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비록 미래사회가 실증 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법론적 정합성과 객관적 자료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미래학 또한 충분히 과학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 이상의 연구를 통해 미래연구도 진화해왔고 기법 또한 체계를 갖추어왔다. 미래예측은 주먹구구식의 예견이 아니라 투입-미래예측기법-산출의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과학성을 추구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연구는 계속 발전해왔으나 미래예측 분야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들은 이론적이기보다는 다양한 이슈를 강조하기 위한 적절한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는 실질적인 시도들이었다. 다양한 예측기법들을 통해 정량적 혹은 비정량적 요소들을 포함하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예측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예측결과를 통해 미래의 변화상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미래예측 방법론 증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기법은 델파이 기법과 시나리오 기법이며, 패널기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선 델파이 기법(Delphi method)은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문제해결이나 미래예측을 하는 방법으로 전문가합의법이라고도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에서 처음 개발된 기법인데, 설문을 반복하여 특정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3번 정도의 설문조사를 하면 응답 간의 편차가 줄어들고 의견이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과정을 통해 전문가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들이 회의장소에서 대면하는 과정을 없애고 전문가들의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델파이 기법으로 질문을 3회 되풀이하면 참가자 사이에 어떤 항목이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단 델파이법으로 얻어낸 의견의 일치는 현실 상황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원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점에서 참가자의 생각은 전부 모아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델파이법의 장점이다. 유엔미래포럼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북유럽의 수소 미래예측(Nordic H2 Energt Foresight) 등이 델파이 기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나리오 기법 역시 랜드연구소에서 처음 고안되었지만 이후 많은 미래학자나 미래예측전문가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허만 칸 등이 시나리오 기법의 선구자지만 피에르 왁, 피터 슈워츠 등은 이를 더욱더 발전시키면서 실제 기업경영에 적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기법은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해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에 의하면 시나리오는 예측(forecast)가 아니라 하나의 가능한 미래, 즉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말한다. 피에르 왁은 시나리오가 1)현실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2)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가정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한다.

시나리오는 대략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탐색적 시나리오, 목표를 정하지 않고 현재의 변화 흐름과 환경의 추세 분석을 통해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시나리오다. 또 하나는 규범적 시나리오, 목표점을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의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다. 보통은 탐색적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규범적 시나리오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시나리오 기법의 최대 장점은 가능한 복수의 미래를 가정해 대비함으로써 미래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3-4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시나리오 기법의 약점은 가장 가능성이 높거나 중요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미래에 있어서 중요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들이 무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래학자 에릭 갈랜드는 충격/확률 매트릭스를 통해 네 개의 잠재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시나리오가 두 개이면 이분법적 태도를 초래하고, 세 개는 그릇되게 중간을 택하게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섯 개 이상은 혼란만 일으키지만 네 개면 중간이라는 선택안이 없어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패널기법은 12-20명으로 구성된 독립된 전문가 패널이 3-18개월 동안 주어진 토픽의 미래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결과를 토출해내는 방식이다. 그밖에도 스캐닝, 트렌드 분석, 브레인스토밍, 비전수립, 역사적 유추법 등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미래예측은 과정에 따라 크게 이슈의 확인, 통계적 분석, 창의적 예측, 우선 순위 선정 등으로 나뉘어지는데 각각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먼저 1) 어떠한 이슈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이슈의 확인(환경스캐닝, 이슈서베이, SWOT분석 등), 2) 그러한 이슈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 추정해보기 위해 통계적 분석(회귀분석, 시뮬레이션, AHP기법, Bayesian모형, 형태분석기법)과 창의적 접근(브레인스토밍, 전문가패널, 시나리오, 델파이, 교차영향분석, 통찰적 예측, 실현성 예측)을 사용하며, 3) 마지막으로, 이상에서 통계적으로 추정하고 창의적 방식을 통해 나타난 미래의 상황을 우선순위로 분류하는 우선순위 접근(핵심기술 우선순위 기법, 로드맵 우선순위 기법)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if !supportEmptyParas]--> 이런 미래예측의 방법으로 전문적으로 미래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를 우리는 미래학자(Futurist 혹은 Futurologists)라고 부른다. 미래학자는 일어날 일에 대한 예견을 위해 과거와 현재의 자료를 분석하여 이론을 수립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장을 한다. 미래학자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1842년 경으로 당시는 기독교의 한 종파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새로운 예술의 종류로 이른바 미래주의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과거를 부정하고 속도, 기술 그리고 급격한 변화를 추종하였다. 그러나 동시대의 쥘 베른이나 에드워드 벨러미, H. G. 웰즈 같은 사람들은 이런 미래주의와는 관련이 없다. 1940년대에는 미래학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인 랜드(RAND)SRI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계획과 시스템적 트렌드 분석, 시나리오 개발 등에 대해 연구했다. ‘미래학(Futurology)’라는 용어는 독일계 미국 정치학자 오시프 플레이트하임(Ossip Flechtheim)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2차대전 종결 무렵에 미래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1943역사의 미래로의 확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래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베르트랑 드 주브넬은 1963추측의 기술을 펴내 미래학의 이론적 기초를 다졌고, 홀로그래피 발견과 이론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출신의 영국과학자 데니스 가보(Dennis Gabor : 1900-1979)1964년에 기술문명의 미래에 대해 언급한 미래를 발명하기(Inventing the Future)를 펴내 미래연구에 기여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미래학자는 작가, 컨설턴트, 조직의 지도자, 조사연구자, 과학기술인 같은 사람들이 학제적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구적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기회를 파악하거나 만약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미래학은 워낙 신생학문이다 보니 애초부터 미래학을 전공한 미래학자는 거의 없다. 과학자, 엔지니어, 작가, 예술가 등 여러 학문적 실용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론을 이용해 미래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테오도르 폰 카르만은 항공역학자였고, 허먼 칸은 물리학을, 피터 슈워츠는 항공공학을 전공했으며,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했다. 미래사회 변화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과학기술이다보니 미래예측은 기술예측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이 미래학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학이라는 분야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연구와 전문가들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미래학자 중 가장 대중적인 사람은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이다. 토플러는 미래학을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대중의 관심사로 끌어내려 미래연구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미래학자로 유명하지만 정작 시나리오 기법이나 델파이 기법 같은 미래예측조사 방법론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창의적 직관에 의해 미래사회를 그리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다른 미래전문가와는 달리 저널리스트 출신인데, 1970년에 미래의 충격(Future Schock)이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후 과학, 문학, 법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무려 다섯 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공장 노동자생활도 했고 신문기자로도 활동했으며 경제지 포춘(Fortune)의 편집장과 코넬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무명의 저널리스트 토플러를 세계적 지식인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은 두 권의 책이었다. 미래의 충격3의 물결(1980)이 다. 그는 미래의 충격에서 특히 변화의 속도에 주목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차츰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기술과 지식이 급변하는 반면 인간의 적응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플러는 분석했다. 미래의 충격이란 다름 아니라 인간이 변화에 따라 겪게 되는 문화의 충격을 말한다. 새로운 사회의 특징으로 토플러는 변화의 가속화와 일상성’, ‘과학기술로 인한 새로움’, ‘다양성등을 들었다.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 역시 미래학의 대중적 스타이다. 메가트렌드(Megatrends),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1982년에 발간된 메가트렌드(Megatrends)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2년간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800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 분야에 1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하버드대 등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래학이 가장 앞선 미국의 경우는 오늘날 미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와이대학, 휴스턴대학과 텍사스대학에 미래학 학위과정이 있고, 중고등학교에 미래학 커리큘럼이 편성되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매년 여름에 주정부가 미래학 강좌를 주최하고 있고, 휴스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