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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엘리엇과 삼성그룹간의 합병관련 다툼의 본질은 무엇인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8.10
          

엘리엇과 삼성그룹간의 합병관련 다툼의 본질은 무엇인가?

김신섭 (주)애드밸캐피탈 대표이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과 삼성그룹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 결과 삼성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이번 싸움의 근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 7.5조원)의 가치가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매수하여 배당증액을 요청하여 배당을 많이 받거나 아니면 주가가 내재가치를 반영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일 때의 주가수준은 순자산가치 대비 55%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으로 자산가치 기준으로는 매우 저평가된 가격이었다. 이에 반해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소유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방법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헐 값에 흡수 합병하고자 했다.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사업부는 합병 후에 100%자회사로 물적분할하여 다시 매각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제일모직은 실질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공짜로 인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각자의 노림 수를 가지고 합병반대와 찬성이라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데, 국내 여론은 본질과 무관하게 엘리엇을 사악한 단기 외국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애국심에 호소하여 삼성의 대주주를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몰아가는 바람에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주주 재산권의 약 1/2에 달하는 약 7-8조원을 무상으로 제일모직 주주에게 이전해주고 말았다.

 

   두 진영간의 주장의 시시비비를 가려보면 엘리엇의 합병반대 주장은 소액 투자가로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것이었다. 반면 제일모직의 합병강행은 법률적으로는 정당하나 도덕적으로는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다. 제일모직에서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 5에서 상장회사 간의 합병비율은 주가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잘못된 법이 불공정을 조장하고 있는데 아무도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사태의 본질과 벗어나 재벌들의 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 차등의결권주식 발행까지도 허용해주자고 하는 상태다.  

 

   자본시장법에서 상장주식의 합병비율을 주가로 결정하도록 한 논리는 주식시장의 주가가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효율적 자본시장"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실무적으로나 학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며, 일시적으로는(다른 한편, 길게는 수년에서 10년간) 내재가치와 상당히 동떨어진 영역(버블 또는 저 평가)에서 형성될 수 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합병비율을 정할 때, 기업가치 산정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미래가치)를 반영하여 정하도록 되어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대주주가 완전히 다른 경우에는 주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 회사의 주가가 낮아 합병비율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대주주는 합병제안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벌처럼 한 사람의 대주주가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경우에는 그룹 내 회사간의 합병에 있어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게 되면, 저평가된 기업(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재산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 피합병회사(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이사회는 소액주주들의 재산손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의 이익을 위해서만 의사결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장회사의 합병비율을 산정함에 있어서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는 동일한 지배주주의 실질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회사간 합병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모두를 반영하여 합병비율을 결정하도록 자본시장법을 수정하면 된다. 즉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간의 합병에 있어서는 상장회사는 주가를 기준가격으로, 비상장회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를 기준가격으로 하여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배주주가 동일인인 대기업집단내의 상장회사 간의 합병인 경우에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를 기준가격으로 하는 방법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기업가치 평가회사의 선정은 이해관계의 독립성이 인정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최소 3개 이상의 기관을 선정하면 된다.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얼마나 불공정한 합병이었는지 분석해보자. 금년 3월말기준으로 삼성물산의 순자산은 13.4조원인 반면 제일모직의 순자산은 4.7조원에 불과하다. 순이익으로는 금년 1/4분기에 삼성물산은 1,094억원을 냈고, 제일모직은 116억원에 불과해 자산가치 수익가치 모든 면에서 삼성물산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제일모직이 21.5, 삼성물산은 8.9조로, 제일모직이 오히려 2.4배 높게 형성되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에 합병을 당하면서 자신이 보유하던 삼성물산 1주에 대해 제일모직 0.35주를 받았다. 이 합병비율의 산정은 제일모직의 버블주가와 삼성물산의 저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제일모직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4-5배정도 고 평가되어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탐내어 시너지도 없는 두 회사간 합병을 시도했다고 엘리엇은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고 평가된 제일모직에 피합병을 당한 삼성물산 주주는 합병법인의 신주를 교부 받을지라도,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에서 크게 희석을 당하는 손해를 보게 되었다. 합병법인의 시가총액은 32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자산가치 18조원에 불과해 PBR1.8배 수준이고, 순이익은 약 6천억원 정도까지 예상한다고 보면 주가수익비율(PER)53배에 달해 주가가 매우 고 평가상태에 놓이게 된다. 합병법인의 바이오사업 성장성을 감안하여 여유 있게 PER20-30배까지 봐준다 하더라도 시가총액은 12-18조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로 보면 합병 기준가격에서 62-43% 정도까지 큰 폭으로 하락위험이 있다. 합병 전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합병을 하지 않았으면 주가가 자산가치 등을 반영하여 큰 폭으로 상승할 기회를 노려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잘 못하면 큰 손실을 입을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현재의 합병비율 산정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면 재벌그룹의 대주주들은 앞으로 그룹 계열 알짜 회사들을 헐값에 흡수 합병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할 것이고, 그 결과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은 심하게 침해를 받을 것이다. 그 피해금액은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까지도 가능하다. 대기업 지배주주는 합병 후 장기적 사업가치가 없는 사업부는 분할해서 매각해버리고 다시 알짜 회사를 저가로 합병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다음 합병은 삼성SDS와 삼성전자라는 말이 주식시장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삼성 대주주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삼성SDS의 주가수준도 PER 기준으로 40~50배 수준으로 동업종 비교대상인 미국 IBM PER 10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4-5배 정도 고평가 상태이다. 이렇게 고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합병한다면 삼성전자 주주들의 상당한 재산적 가치가 삼성SDS 주주에게로 무상 이전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SK그룹도 최근에 그룹 총수가 대주주인 SK C&C의 주가가 고가이고, SK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를 틈타 그룹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를 헐값에 흡수 합병해 버렸다. 수년이 지나면 통합 SK지주회사는 기존의 SK C&C의 사업부(전산용역사업부)는 다시 자회사로 물적분할을 하여 자회사 형태로 지배구조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SK C&C의 전산사업부는 그룹 계열사에서 용역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이해상충의 문제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왔고, 공정거래법이나 세법상 불공정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SK 그룹의 합병과정을 분해해보면, 그룹의 SK C&C가 전산개발 및 유지보수회사로 출범하면서 그룹에 의존하여 수익을 낸 회사가 그룹의 지주회사를 집어삼키고 합법적인 대주주가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의 도입도 결국에는 재벌그룹의 대주주가 그룹 계열사 주식들을 통째로 헐값에 인수해갈 수 있도록 합법적 수단을 제공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현대그룹도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띄워 현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와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자자하다.

 

   대기업들은 상거래에서 영세상인이나 중소기업들을 경쟁에서 도태시키고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마저 합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한 합병을 당당하게 진행하면 주식시장은 재벌들의 부의 획득이나 편법적 승계 도구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사회적 화두가 된 말이 있다. 말로만 정의를 외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중대한 정의의 문제가 발생했으면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토론해보고 잘 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거래는 쌍방에 공정해야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정의가 실현되어 우리 경제공동체가 건전하게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