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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미래예측과 국가전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7.27
          

미래예측과 국가전략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예산실장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중장기적 관점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연구가 필요하다. 국가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환경의 변화연구와 자체적인 역량분석에 근거해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미래연구에는 Future Resaerch가 있고 Future Studies가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강흥렬 박사에 의하면 Future Research국가전략 수립을 전제로 10년 이내의 미래를 연구하는 것이고, Future Studies전략이나 정책의 수립을 전제하지 않고 20년 이상의 미래를 연구하는 것이다. 보통 미래연구의 대상은 예측가능한 미래이다. 연구대상으로서의 미래를 편의상 현미래(現未來 : 10), 근미래(近未來 : 100), 중미래(1000), 원미래(10000) 등과 같이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나 학문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10년 후의 미래는 시간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으나 미래예측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매우 먼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5년 후의 미래는 변화의 추이, 즉 트렌드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 10년 후의 미래는 미래연구에서는 굉장히 장기적인 미래이므로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정도이다. 국가전략의 수립은 현실 이해로부터 시작해 10-15년의 미래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5-7년의 전략을 설계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20년 이상의 미래는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므로 국가전략 수립이라는 관점에서 20년 후의 전략이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한편 기업의 경우는 변화가 빠른 시장과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5년 후의 미래도 매우 먼 미래가 될 수 있다. 보통 기업이 제시하는 비전은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구체화한 미래상을 말한다. 이때의 비전은 일반적으로 ‘3-5년 후의 미래를 가리킨다.

국가의 미래상을 그려낼 때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막연히 사회변화라는 말로 통칭하지만 사회변화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 , 교육, 문화, 일상생활, 종교, 가치관, 사회운동, 정치, 제도 등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있다. 이 각각의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있고 상호연관된다.

가령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경제시스템이지만 시장경제에 맞는 제도와 법, 시장경제에 대한 가치관의 공유, 시장경제의 정당성에 대한 교육, 시장경제에 걸맞은 문화생활 등의 다른 요소들과 어우러져 있다. 법을 개정하면 법개정에 따라 제도가 바뀌고, 제도가 바뀌면 거기에 맞게 사람들의 관계나 행동양식도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IMF 위기를 예로 든다면, IMF 위기는 원래 외환보유고의 부족이라는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현상이었지만 국가부도사태로 이어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에 걸친 총제적인 위기로 확대되었다. 경제적 현상을 경제적 관점만으로, 교육현상을 교육적 관점만으로, 정치현상을 정치적 관점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며, 이렇게 해서는 변화의 근본적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경제학적 시각으로만 보면 시장변화도 수요, 공급의 트렌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소비심리나 문화적 취향의 변화 같은 경제외적인 변수는 고려할 수 없게 된다. 특정분야는 그 나름의 특정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특정분야의 관점에만 매몰되면 논리적 독자성(logical autonomy)의 오류에 빠져 전체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 나무의 변화는 보고 전체적인 숲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미래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미래사회변화의 한 부분만을 떼어 연구하는 것은 미래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래사회변화는 정치 제도, 경제 질서, 문화 현상, 일상생활 등 부분별 변화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일어나는 거시적인 변화이다. 거시적, 총체적 시각에서 분야 간의 연관성을 잘 살펴야만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강흥렬 박사는 미래연구는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을 이해하고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미래연구를 위해서는 우선은 지금 현재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 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은 크게 1)분야간 상호작용의 구도(Cross-sectional structure of casual relations), 2)중장기 진화과정(Intertemporal evolutionary processes), 3)시스템 외부의 환경변화(Ad-hoc impacts) 등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또한 미래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이 요구된다.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의 이해를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통의 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기존의 국가전략 수립에서는 특히 경제적 관점이 지배함으로써 사회문화적 관점이 도외시된 경향이 있었다. 미래연구 전문가 역시 분야간 전문지식의 연계성을 파악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미래연구는 미래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보다는 현재를 시스템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미래의 도래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연구에는 시스템적 이해가 절대 필요하고, 현재 시스템의 이해로부터 미래연구가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