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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역사적인 성패는 미래예측에서 비롯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6.08
          
역사적인 성패는 미래예측에서 비롯된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예산실장


 미래예측은 국가정책에 있어서나 기업경영에 있어서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기업이 시장, 수요, 기술발전, 경영환경 등에 대해 과학적인 예측을 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미래예측에 실패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미래예측의 중요성은 역사적인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로열더치셸의 피터 슈워츠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련의 몰락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일거에 업계를 장악했던 일은 대표적인 예이다.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는 미래예측관련 컨설턴트로 특히 유명하다. 1988년 스튜어트 브랜드, 네이피어 콜린스 등의 동료와 함께 미래예측 관련 조사 자문회사인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BN)를 설립해 중앙정보국(CIA)를 비롯한 정부기관, 보잉, 텍사코 등 민간 기업들에 대한 미래전망 컨설팅을 많이 수행했다. 슈워츠는 GBN을 ‘정보 사냥 및 수집 회사(information hunting and gathering company)’라고 불렀고 최고급수준의 네트워크이자 기업연구대행사로 규정했다. 또한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해 ‘딥 임팩트’, ‘스니커즈’, ‘워게임즈’ 등의 영화에서 미래사회의 모습에 관한 자문과 감수를 맡기도 했다.

 피터 슈워츠는 미래예측가이자 컨설턴트로 대표적인 미래예측 기법인 시나리오 플래닝의 전문가이다. 슈워츠는 80년대에 제임스 오길비, 폴 호킨과 공동으로 ‘일곱 개의 내일(Seven Tomorrows)’이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이 책에서 저자들은 예측기법으로 1990년대의 미래상을 그렸다. 이후 슈워츠는 런던의 로열더치셸에 합류해 기업의 장기전략에 미래학을 응용해 적용하는 일을 했다. 결국 구소련의 붕괴를 예측한 슈워츠의 탁월한 분석에 힘입어 로열더치셸은 러시아의 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웨스턴 유니언은 미래예측에 실패한 기업이 어떻게 도태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정반대의 사례이다. 한때 거대기업이었던 웨스턴 유니언은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 발명한 전화를 외면해 몰락하고 말았다. 벨은 자신이 발명한 음선전화 기술을 갖고 당시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이던 웨스턴 유니언을 찾아가 이 기술특허를 10만 달러(현 가치로는 약 170만 달러)에 살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웨스턴 유니언의 사장 윌리엄 오톤은 "그 전자 장난감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요?"라고 하며 단호히 거절했다. 

 웨스턴 유니언으로부터 거절당한 벨은 투자자인 가디너 허버드(Gardiner Hubbard), 토머스 샌더스(Thomas Sanders)와 함께 1877년에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직접 설립하였다. 이 회사는 전화사업의 주도권을 잡은 후 1885년 장거리전화 설비를 위한 자회사로 AT&T를 설립하면서 급성장했고, 1910년에는 주식매입을 통해 웨스턴 유니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웨스턴 유니언이 10만 달러에도 사지 않았던 기술로 AT&T라는 초대형 기업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오늘날 AT&T는 미국최대 규모의 통신회사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기술예측과 수요전망에 실패한 웨스턴 유니언의 사례는 기술예측에 기반 한 미래예측이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팍스 로마나(Pax Romana),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에 이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가하면서 전대미문의 헤게모니를 장악했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자랑해왔다. 양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전혀 전화를 입지 않고 오히려 해양국가로서의 이점을 활용해 국력을 다져온 미국은 세계도처에서 발생하는 국지전에 부단히 개입은 해왔지만 그간 본토가 침공을 당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9.11테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 사이에 일어난 항공기 납치 동시 다발 자살테러로 인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은 맥없이 무너졌고, 패권의 상징이던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도 공격을 받았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세계 경제의 중심부 뉴욕은 공포의 도가니가 되었다. 전대미문의 테러로 미국의 자존심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이 사건으로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경제적인 피해는 세계무역센터 건물 가치 11억 달러, 테러 응징을 위한 긴급지출 400억 달러, 재난극복 연방 원조액 111억 달러 등을 비롯해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만약 미국이 도처에서 감지된 대형 테러의 징후를 감지해 미리 대비했더라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자존심이나 리더십도 상처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 우리나라가 겪은 IMF 위기도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징후와 실물경제 인프라의 취약함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고 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맞은 국가부도사태였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와 금융전문가, 정책결정자들이 있었지만 이들 중 누구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사람은 없었다. 이는 우리사회가 위기를 감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래예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법이다.  

 물론 정확한 미래예측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겠지만 객관적인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기업이나 사회,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예측은 중요하다. 물론 개인에게 있어서도 미래예측은 필요하다. 미래예측의 과학적인 방법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미래학(Futurology)이다. 미래학은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