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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IT기술이 만드는 미래농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4.07
          

IT기술이 만드는 미래농업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후지쯔, 도시바, 파나소닉이란 기업 이름을 들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제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후지쯔 노트북, 도시바 노트북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 세 기업은 공통점이 많다. 일본 기업이고 반도체, IT, 전자제품 등 첨단 기술기업이며 2000년대 이후 주력사업이 경쟁력 감소로 밀리면서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세 기업이 미래를 위해 준비한 신규사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이다.

 후지쯔의 경우 일본의 금융기업인 오릭스와 함께 채소공장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후지쯔가 2015년에 시즈오카현에 지을 채소공장은 13,000제곱미터로 도쿄 돔 두 개 크기에 해당한다. 이 채소공장은 전통적인 농업방식이 아니라 최첨단 IT를 활용한 IT농업이다. 흙을 묻히는 일반 농사꾼과 달리 후지쯔 채소공장의 농사꾼은 반도체 공장의 작업복처럼 마스크와 방진복을 입고 일한다. 공장 안을 무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후지쯔는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자 반도체 공장을 이용한 신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반도체 공장 설비에 사용한 클린룸에서 무균 상태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온실 안에 필요한 태양빛은 LED로 대신했으며, 흙 대신 배양액을 이용해 채소를 키운다. 반도체 설비처럼 무균 상태로 재배되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청정 채소를 생산한다. 채소공장은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받고 후지쯔가 2012년에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재배 시스템인 ‘아키사이’가 자동으로 관리한다. 농부가 어떤 채소를 재배할 지만 알려주면 모든 환경은 공장에서 자동으로 맞추어준다. 상추를 재배하겠다고 하면 상추에 맞는 온도 습도 일조량을 맞추어주는 것이다. 물론 온실 별로 각기 다른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수확시기 등의 조절도 가능해 시장상황에 맞게 공급을 맞출 수 있다. 수확량도 우수하다. 토마토나 양상추는 24모작이 가능하고, 쌀도 8모작이 가능할 정도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확인과 제어가 가능하다.

 식물공장의 한 분야인 채소공장의 경쟁력은 도심 안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신선 채소를 자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으로 인해 땅이 오염된 일본에서는 가장 필요한 사업인 셈이다. 공장형이라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만 일단 공장이 완성된 후에는 한 두 명만으로도 공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가치가 높다. 후지쯔와 오릭스는 이렇게 만든 채소공장을 농부들에게 임대하고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도시바도 2014년에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비어있던 반도체 공장을 채소공장으로 바꾸었다. 도시바의 반도체공장에서는 양상추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가 재배되어 식당에 납품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해외로 눈을 돌려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작은 섬 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국민에게 필요한 채소의 8%만 현지에서 공급이 가능한 상태였다. 파나소닉 팩토리 솔루션스 아시아(PFSAP)는 2014년 8월부터 채소공장에서 만든 채소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중공업 회사로 알려진 미쓰비시도 미쓰비시플라스틱을 통해 호주 빅토리아주에 식물공장을 만들고 현지에서 채소를 생산 판매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미쓰비시플라스틱은 앞으로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채소를 멜버른과 시드니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로 진출해 싱가포르나 태국 등에서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인 미쓰비시화학은 패키지 형태인 컨테이너 채소 공장을 개발해 중동의 카타르에 납품할 예정이다. 샤프도 중동 두바이에 식물공장을 건설한 상태다. 

 이처럼 일본의 첨단기술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내수 및 해외 식물공장에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 토요타, 덴소 같은 자동차 업체, 고베제강소 같은 중공업 업체들도 식물공장 사업에 진출하고 있을 정도로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농업과 달리 첨단 기술의 집약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식물공장의 경우 반도체 클린룸을 비롯하여 태양 전지와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  태양광 기술, 특수 필름, 클라우드 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전자 IT기술이 집약된 사업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 농림수산성 발표 기준으로 채소공장을 포함한 식물공장 수가 304개나 된다. 

 일본 대기업의 식물공장 진출 및 빠른 성장은 미래농업이 과거와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땅에 씨앗을 심고 하늘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땅이 아닌 곳에서 1년 내내 농사를 짓는 IT농업이 미래농업의 한 분야로 급성장할 것이다. 식물공장 외에도 태양광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신농업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농업은 태양광을 활용해 생산속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비닐하우스를 통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게 되면서 겨울에도 농사를 짓을 수 있는 것처럼 태양광을 활용하면 빠르게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MIT테크놀로지는 태양광농업이 수 십 억 명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에서도 뉴욕 맨해튼에 농경빌딩인 수직농장(vertical farm) 건설이 진행 중이다. 시내 중심에 빌딩형 농장이 들어서는 신농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3층 규모의 수직형 식물공장을 지을 에정이다. 식물공장의 경우 재배면적은 좁지만 다수확이 가능해 도시형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같은 면적일 경우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약 10배 정도의 수확량을 얻는다. 한국에서는 인성테크를 비롯한 20여개 식물공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일본에 비하면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동부팜한농 등에서 식물공장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래 농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시험공장 외에도 남극 세종기지에서 신선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현지로 보내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식물공장이 아직까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채산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IT기술 발전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채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본다. 결국 생산비용 면에서 기존 농업을 추월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기존 농업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는 신농업으로 미래농업이 전개될 것이고, 식량산업도 변화를 가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한 기업이 미국 최고 부자가문인 듀퐁이다. 듀퐁은 지난 2백 년 동안 화약과 화학으로 세상을 지배했지만, 2000년 이후 화학 관련 사업을 모두 팔고 농업으로 방향을 바꾼 상태다. 2013년 듀퐁의 매출 357억 달러 중에서 농업이 117억 달러, 영양건강이 34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은 듀퐁의 주력 사업이 되었다. 듀퐁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IT신농업은 미래의 첨단산업이자 고부가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