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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반면지교[半面之交]와 지식네트워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4.20
          

반면지교[半面之交]와 지식네트워크 

김민용 교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450볼트의 전기충격기가 등장하는 심리학 실험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때는 1961년입니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의 어떤 교수가 신문공고를 통해서 <공포감과 학습능력>에 관한 실험에 참가할 40명을 모집합니다. 사례비는 4달러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교사이며 칸막이 너머의 학생이 답을 틀릴 때마다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30단계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교사 옆에는 흰색 가운을 입은 실험자가 머뭇거리는 교사에게 ‘실험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버튼 조작을 강요합니다. 물론 전기충격기는 가짜이며, 학생역할도 연기자가 대신한 가짜입니다만 교사는 이를 모릅니다. 여러분이 교사역할이라면 과연 몇 볼트까지 버튼을 누를까요? 

 그런데 결과는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잘해야 0.1%만이 450볼트 버튼을 누를 것이라던 실험전 설문조사에 기반한 예측과는 달리 무려 65%가 450볼트 버튼을 누른 것입니다. 이쯤이면 이 교수가 누구인지 아시겠지요? 네, 맞습니다. 바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입니다. 그는 예일대학교, 제복, 책임전가 등 <권위에 대한 복종>을 실험하고자 한 것입니다. 복종실험을 통해서 밀그램은 유명세를 타게 됐지만, 실험이 비윤리적인 탓에 미국정신분석학회 1년 자격 정지와 하버드대 종신 교수직이 거절되는 비운을 맡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 실험이 진행되어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는데, 1971년 짐바르도(Philip Zimbardo, 1933~ )의 스탠포드 감옥실험으로 방점을 찍게 됩니다.

 한편으로 복종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결과는 실험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거리가 가까우면 복종비율이 20% 정도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 더 나아가서 이들의 ‘관계’가 복종비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에 교사와 학생이 평소에 서로 알고 지내던 관계라면 전기충격은 몇 단계까지 올라갔을까? 진짜로 사제지간이었다면? 필자가 학생역할이고 여러분이 교사역할이라면 몇 단계까지 올라갈까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밀그램은 하버드대학교 조교수 시절인 1967년에 그 유명한 <작은 세상(small-world) 실험>을 수행합니다.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사는 사람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160명에게 소포가 전달됩니다. 동봉한 편지에 일면식커녕 반면식조차 없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증권브로커에게 이 소포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 증권브로커와 가장 근접한 지인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각 소포는 지인관계의 연결고리를 따라서 순차적으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연결고리가 수 백명을 거칠 것이라는 일반인의 예측과는 달리 평균 5.5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6단계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이론입니다. 단지 6단계, 즉 5명만 거치면 미국내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다는 다소 황당한 실험결과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집니다. 밀그램은 오마하를 사회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고립된 도시로 판단되어 선정하였으나, 임의추출한 사람들의 약 50%가 블루칩 주식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가장 큰 맹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1~2단계 만에 최종목적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착하지 못한 소포에 대한 고려도 없었습니다.

 인터넷의 급속한 팽창과 소셜네트워크 분석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6단계 분리이론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MSN 메신저의 평균 도달거리는 6.6(2008년), 트위터 사용자간 평균거리는 4.67(2010년)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결과도 이와 유사합니다. 2008년 5.28이었던 평균거리가 2011년에는 4.74로 감소하였습니다. 시베리아 툰트라에 거주하는 사용자가 페루 열대우림에 거주하는 사용자와 단지 4~5명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니 세상 참 좁습니다.
 
 밀그램이 <작은 세상 실험>을 수행하던 1960년대 북미의 인구수가 약 3억명 정도였으므로, 6단계 분리 이론을 적용하면 한 사람이 단지 50명과 지인관계를 유지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인구수가 미국보다 훨씬 적은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여러분의 휴대폰의 주소록에 저장된 지인의 수가 100명이라면, 5단계 즉 4명만 거치면 됩니다. 혹자는 한국은 4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참으로 좁은가요? 한국은 진정 초연결 사회인가요? 사람연결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소셜네트워크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친구추천, 초대, 팔로윙 등 사람연결 서비스는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완전연결이 달성되면 평균 거리는 1이 됩니다. 만약에 모든 사용자가 한 명의 중심인물에 연결되면 2가 됩니다. 향후 사용자간의 평균거리가 더욱 더 줄어들어 2에 수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사람만 거치면 모두 다 연결되는 그야말로 참 좁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작은 세상 실험>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실증연구 등은 모두 네트워크의 밀도에 대한 이야기 뿐입니다. 그 어디에도 네트워크의 심도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특정한 소셜네트워크에서 중심인물이 되어 자신과 연결된 사용자의 수가 무수히 많더라도, 이들과의 관계가 반면지교 수준이면 이런 네트워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기껏해야 밀그램의 소포를 전달하는 단계를 단축시키는데 쓸모가 있겠지요. 혹시 무용지물인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분의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이제부터라도 네트워크의 심도를 높이는데 여러분의 소중한 4대 자원(시간, 에너지, 돈, 스트레스)을 현명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래경영과 창조경영에 필요한 지식의 80%는 기업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지식네트워크는 반면지교 관계에서는 결코 제대로 작동되는 법이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여러분과 1단계로 연결된 사람들과의 관계의 심도를 깊게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이분들도 여러분과 똑같이 한다면, 2단계 연결의 관계 또한 심도가 깊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연결된 고리는 소포를 전달하는 수준의 미약한 단방향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개방형 혁신을 가능케 하는 끈끈한 양방향적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던바(Robin Dunbar, 1947~)는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제시합니다. 딱 15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