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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노기술이 가져올 혁명적인 미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2.23
          

나노기술이 가져올 혁명적인 미래


K. Eric Drexler


  ‘나노기술(nanotechnology)’ 개념의 창시자인 K. Eric Drexler는,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제조업을 구현하기 위한 목표가 어떻게 본질을 벗어나 지엽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또 그 미래가 실제로 어디에서 전개되고 있는 지를 밝혀주고 있다. 많은 기술들을 활용해 우리는 보다 저렴한 비용과 더 적은 양의 자원을 소비하면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우리 모두를 급속히 진보하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나는 1986년에 펴낸 책 「창조의 엔진: 나노기술의 시대가 다가온다」에서 나노기술의 개념을 세계에 소개했었다. 여기서 제시한 나노기술의 개념은 두 가지의 핵심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나노 스케일의 장치에 기반한 기계를 활용한 제조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제품의 생산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원자 수준 정밀도를 유지하는 제조 기술은 나노스케일의 장치로서만 가능하며, 그것은 또 나노스케일을 구축할 수 있는 방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노스케일의 부품과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제조 기술(APM; Atomically Precise Manufacturing)은 제품의 생산 비용, 다양성의 범위, 기능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현대 물리학 기술의 한계를 넘어 항공기의 초경량 구조, 대용량의 기억과 정보처리 능력을 갖는 랩톱컴퓨터 등과 같은 범위로 확장된다. 
  사실 당시 나는 나노기술이 지금처럼 온갖 억측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투기적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먼저 ‘나노기술’이란 단순히 내가 APM 기반 기술에 대한 개념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이고, 「창조의 엔진」책의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떠오른 명칭이었던 것이다.
  APM 단계 기술의 미래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넓은 의미에서의 나노기술은 훨씬 더 완만한 속도로 진전되고 보다 전통적인 명칭의 범주 아래에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갑자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나노 스케일 로봇 같은 신화적 이야기로 대중의 흥미를 끄는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노기술이 각종 책이나 영화, 컴퓨터 게임 등을 통해 대중문화에 깊숙히 침투될 이유도 없었다. 나노 스케일의 입자 같은 것이 세계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는 기술이라는 것은 잘못된 오해였다. 
  「창조의 엔진」이 출간된 이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많은 대중 매체의 보도나 특집 기사들을 통해 수백만 명의 독자가 생겼다. 이는 대중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해 나노기술을 주제로 삼은 공상과학 소설이 잇따라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관심 속에서 나노기술은 미세한 장치에 기반한 미래 기술의 비전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 장치는 효율이 매우 높고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갖는 제조 기술로서 내가 처음 구상했던 개념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했을 뿐이다. 
  10여년 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 정밀도 제조업의 비전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나노기술 프로그램’이라는 발전 계획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투자가 시작된 이후 곧바로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나노기술에 대해 원래의 원자 수준 정밀도 개념을 배제한 채, 단순히 스케일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했다. 나노기술로 인증되려면, ‘대략 1∼100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차원의 특성을 갖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간단히 규정해 버린 것이다. 원자 수준 정밀도의 나노기술은 실리콘 칩의 트랜지스터나 초미세 분말 입자 등에서 보듯 대부분의 경우 이같은 스케일의 기준을 충족한다. 하지만 이렇게 바뀐 나노기술의 개념은 나노 스케일 장치에 기반한 기계를 활용해 원자 수준 정밀도를 구현하는 제조업과 별로 공통점이 없었다. 
  1990년대는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기술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혼란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이 혼란은 현재의 기술로부터 앞으로 수 십년 후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밀접한 연관성과 짧은 경로를 제시해 주었다. 나노기술은 이미 그것을 실현해 낸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이 혼란은 그 때에는 별다른 자극 없이 나노 입자와 나노 기계가 갖는 차이를 설명하려는 연구자들에게 돈을 쏟아 붓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모순이 긴장을 불러왔다. 
  전문적으로 매우 미세한 입자를 만들어내고 그 특성을 탐구하며 응용하는 연구자들의 달라진 위상을 생각해 보라. 1986년 이전 그들의 연구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는 나노기술로 불리는 그들의 연구가 대단히 흥미롭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들은 이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자로서 나노기술이라는 이름의 연구 성과를 거두었을 때 세계의 커진 관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다. 왜 진작 나노기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였다. 물론 나노기술이라는 이름 그 자체는 충분히 합당하다. 그들의 연구가 ‘나노’라는 매우 미세한 영역의 기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구자들은 너도 나도 이 나노기술의 명칭을 차용하면서, 발전된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서로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진실된 목표를 갖게 했다. 때로는 연구자들 간의 상이한 차이점이 그들 관계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나노기술이라는 공통된 연결고리가 여전히 그들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다려온 보상과 희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나노기술’로 불리는 그 무엇인가가 곧 폭발할 것 같았다. 
  초기에 이루어진 많은 연구의 ‘진전’은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루어진 연구 성과에 명칭을 새로 붙임으로써 더 많은 연구 자금을 얻어내기 위한 흔한 수법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학술회의 등에서 농담의 대상으로 삼았고, “어쨌든, 나노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또한 끊이지 않았다. 나는 크기에 대한 포괄적인 통칭을 기준으로 확실히 정의되지 않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미세한 부분들을 조합하는 일을 과거 어느 분야에서도 다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의문들은 많은 경우 다음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노기술은 언제 우리로 하여금 초미세 로봇들이 원자 단위의 극히 미세한 작업을 통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가 그것이었다. 이는 내가 처음 가졌던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구현하겠다는 생각을 분노로 바뀌게 했다. 
 그 개념은 미래에 대한 밝은 약속과,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더러는 실제 존재하는 위험성들이 서로 뒤섞이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원자 수준 정밀도로 가공하고 제품을 만드는 기계는, 상상이 낳은 극히 미세하고 위협적이며 원자 단위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로봇의 집단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너무 쉽게 접근하고 사전지식 조차 없는 이런 이상한 상상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정하는 것이었다. 원자 수준 정밀 기술의 혁명이 약속하는 미래는, 그 기술 자체가 처음부터 오해에 빠지고 거부되었는데도 여전히 대중을 현혹시키는 광고처럼 퍼지고 있다. 


 혁명적인 나노기술의 응용

  APM 수준의 기술이 갖는 물리적 능력을 실제로 자연에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 응용이 인간과 지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미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21세기에 대한 여러가지 전망들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 수정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이같은 근본적 재평가는 단계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 잠재적으로 개발 가능한 기술, 그것의 시간표, 그 의미와 파급 영향, 정책 수단의 선택 등의 핵심 사항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고, 다음으로 그 응답에서 제시된 결과에서 지식이나 기술적 측면, 재정적·정치적 관점에서 오류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APM 기술의 핵심인 물리적 능력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매우 효율 높고 성능이 뛰어난 소재를 값싸게 생산하고, 고성능·고효율의 부품과 완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매우 견고하면서도 경량화된 구조를 가지고 효율이 훨씬 높으며 안전도가 크게 개선된, 배기가스는 줄이고 계산 출력은 획기적으로 증대된 엔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시되는 의약 분야에서도 이 기술은 매우 폭넓게 응용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코스트의 문제는 많은 기술에서 중요한 관심사이다. 비용이 충분히 저렴하지 않다면 최고의 효율과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라 해도 실험실의 호기심 차원을 넘어설 수 없다. APM 단계의 생산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고성능의 달성과 저비용 생산이 실제로 같은 뜻을 갖는 동의어(同意語)라는 점이다. 최고급의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가장 적게 드는 비용보다 더 싼값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은 극히 이례적이고 시장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
  APM 기술은 또 자동차나 의류, 스포츠 분야의 각종 제품, 또는 우리가 일상의 생활에서 편의적으로 쓰는 용품이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다양한 소비 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분야로 그 응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소비자 영역에서의 새로운 생산 기술이 몰고 올 이같은 충격은 앞으로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생산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으로부터 시작되어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 기술과 보다 높은 성능과 효율의 달성이라는 두 측면 모두를 포괄하게 될 것이다. 


 생산 방식의 변혁

  다가오고 있는 혁신적 변화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 현재의 기술과 APM 기술을 대비해 봄으로써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중요한 대비는 APM 기술이 갖는 기본적인 두 가지의 특성을 통해 뚜렷이 알 수 있다. 나노스케일 크기의 부품과, 원자 수준 정밀도를 갖는 생산 공정 및 제품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앞으로의 응용 방향을 전망하는데 있어 몇 가지의 핵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나노 스케일의 크기는 기계의 스케일 설정 및 조정의 단위, 규칙 등을 근본적으로 바꿈으로써 생산성의 극단적 향상을 가능케 한다. 더욱이 소형화되고 다기능을 가지며 생산성이 높은 기계는 오늘날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는 각종 산업의 공급망을 무너뜨리며 두세 단계의 연결 사슬로 축소시킬 것이다. 원자재로부터 정제된 원료 물질을 가공하고, 이 원료 물질을 이용해 부품과 같은 표준화된 마이크로 블록(micro block)을 만들어 낸 뒤, 이 마이크로 블록으로 태양광 전지, 항공기, 자동차 엔진, 콘크리트, 컴퓨터, 그리고 각종 의료 기기 등 온갖 종류의 완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축소된 단계의 공급망과 유연한 생산 방식은 중앙 집중 형태를 분산된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둘째, 원자 수준 정밀도는 미세한 분자 물질 단계부터 유지되므로, 대부분의 경우 자연에서 매우 낮은 비용으로 분자 원료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원자 수준 정밀도를 갖는 연속적인 가공 공정의 단계는 각종 재료와 부품 구조의 초정밀 제어를 가능하게 해준다. 정밀한 가공 공정은 제품이나 부산물 모두에 적용할 수 있어 APM 기반의 시스템은 유해한 폐기물을 전혀 생성해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실제 제품을 생산해내는 산업이나 APM 모두에 있어 대비되는 점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정보의 혁명이 대체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APM 기반 기술을 활용해 원자들의 패턴을 생성하는 것은 정보기술을 이용해 정보 단위인 비트(bit)들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다목적의 확장 가능한 플랫폼에 기반해 신속하게 생성해 낸다는 점, 길게 확장되고 전문화된 공급망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점, 근본적으로 분산화된 구조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 소프트웨어와 온라인의 역할이 가장 핵심적이라는 점, 새롭게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생산과 유통의 한계 비용이 매우 낮다는 점, 새로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이러한 모든 특성들이 APM과 정보기술에 의해 공유되면서 현대 산업의 여러 성격에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명암을 가져올 것이다.

 정보기술의 혁신

 APM 기반의 생산은 정보혁명 그 자체를 크게 촉진할 것이다. 정보기술은 물리적인 단계에서 이미 급속한 변화를 일상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APM에 기반한 생산은 이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1970년 이래 트랜지스터는 그 크기가 원자 직경의 1만배에서 10배 정도로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트랜지스터는 원자 수준의 정밀성을 갖지 못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APM 수준의 기술은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전시킬 수 있겠지만, 단계별 크기는 그 당시의 다른 기술의 발전 성과에 달려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전문화된 APM 생산 공정은 이같은 전환을 완만하게 이끄는 복합 기술의 칩을 쉽게 만들어 내게 할 것이다. 
  오늘날의 기술 수준을 측정해 앞으로 가능하게 될 기술의 진보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반도체 칩 프로세서의 에너지 소비량이 밀리와트에서 나노와트 수준으로 저감(低減)되고, 크기 또한 밀리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의 수준까지 작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싱글 코어 프로세서의 정보처리 속도 증가는 디지털 장치의 속도에 의존하고 있고, 기본적인 물리적 제약들이 앞으로 속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작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 비용은 컴퓨터 활용 비용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해 왔다. 오늘날의 기술은 겨우 직경이 수십 마이크로미터(㎛; 1㎛은 1백만분의 1미터)에 불과한 광섬유를 통해 1초당 몇 테라 비트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해준다. 광섬유의 데이터 용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전송 속도 또한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Wi-Fi(무선데이터전송시스템)은 1초당 수십 메가비트의 정보 전송 능력을 제공하고 있는데, 통신업계는 앞으로 그 용량을 100배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곧 물리적인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APM 기술이 정보의 처리 용량을 크게 증대시키면서 비용은 떨어뜨릴 수 있다. 단위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통신시스템에 내장된 핵심적인 전자 장치는 킬로그램당 1,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 비용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성능과 효율의 개선이 어디까지 진전될 것인지 정확히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 변화의 정도는 매우 클 것이다.
  카메라를 예로 들면 장치의 감도(感度)는 이미 광자(光子) 계측 성능의 물리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화학 센서는 단 1개의 분자도 검출할 수 있어,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면서 고속으로 유전자 DNA를 해독하는 장치 등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 디스플레이 장치에서는 빛의 발광(發光) 및 반사율 변경을 위한 소자의 배열이 이미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해상도의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 개선이 전망되는 분야는 고품질의 3차원 입체 영상 및 웨어러블 기기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기계 장치 제어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이뤄진 발전은 제어 기기에서 보다는 다양한 기계 장치 그 자체의 진보가 될 것이다. 여러 부분들을 조합하면, APM이 구현하는 정보기술의 가능한 활용 분야에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비쿼터스 환경의 컴퓨터 작업, 네트워크 연결, 정보 서비스, 감시 등을 비롯해 그동안 상상으로 이뤄져 왔던 것을 극단적인 형태로 현실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원자 수준 정밀도를 갖는 시스템의 재구축

  APM 기반 생산 기술이 갖는 본질적이고 대표적인 효과는 산업 차원의 자본재 구입과 운용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자본재에는 제품을 만들고 옮기는데 사용되는 기계 장치, 물과 전력 같은 유틸리티의 공급이 포함된다. 
  
 - 건축 자재
  건설 분야에서 APM 수준의 기술은 각종 자재와 구조, 다양한 구성 요소의 성능과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의 생산 및 이용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구조 재료는, 예를 들어 콘크리트처럼 이미 단위 무게당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는 별로 대단하지 않다. 반면 기능성 자재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매우 넓고 크다. 예를 들어 단열재인 진공 에어로젤은 값이 비싸고 충격에도 취약하지만, 일반 유리섬유 단열재의 10분의 1에 불과한 두께만으로 같은 수준의 단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에어로젤은 보다 가볍고 다공성(多孔性)의 기본 구조를 갖는 실리카와 비슷한 상태의 물질이다. 진보된 생산 기술을 적용하면 이 단열재를 훨씬 강도가 높고 값싼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건축 자재의 조립에 소모되는 코스트는 건설 공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착안해 저렴하게 미리 조립된 형태로 자재를 만들어 내는 생산 기술을 크게 진보시킬 수 있다. 가볍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간단히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형 구조로서, 주문자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맞춤현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교통기관
  생산 비용의 절감, 더 강하고 가벼워진 재료, 높은 출력 밀도와 효율을 갖는 엔진, 배기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 모든 것들이 수송비용을 더욱 절감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막대한 비용 부담이 따르고 성능과 효율이 매우 중요한 항공우주 시스템, 특히 우주 시스템에서 드러날 것이다. 오늘날 우주로 나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 요구량과 관련된 코스트, 우주선의 제작, 중량, 안전성 등과 관련된 모든 비용 등이 놀랄 만큼 낮아지고 있다. 수십년 전 우주선을 제작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우주 개척의 꿈이 가로막혔었으나 이제 그러한 장벽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에너지
  APM 기술은 폭넓은 응용 분야에 걸쳐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전력변환 효율의 증대, 자동차 중량의 감소, 단열 성능의 개량, 조명 효율의 개선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또 육상과 항공 운송 분야에서 자동차나 항공기의 중량을 10분의 1로 줄이고 엔진의 효율을 2배로 높이는 등의 혁신적인 진보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기술 발전은 에너지 수요를 크게 줄이는 한편, 생산 비용의 절감으로 기존 생산 시스템을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교체되도록 할 것이다. 보다 청정하고 안전하며 높은 효율 등의 다른 이점들도 기존 자본의 교환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기술의 개선과 비용의 감소는 매우 강도높고 빠른 속도로 에너지 인프라의 교체 또는 업그레이드를 촉진시킬 것이다. 에너지 산업의  업종들은 매우 이질적이면서, 공통적으로는 자본집약적 특성을 갖는다. 물적 자본의 비용이 줄어들면 모든 종류의 새로운 설비 도입 비용이 감소되고, 보다 쉽고 빠르게 자본을 교체할 수 있다.  
  특히 이같은 비용 및 기술의 개선은 태양광 발전을 촉진하는 반면, 현재 2,300기에 이르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빠른 시일 내에 교체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 확실히 고효율과 저비용이 결합되면서 전력과 화학 에너지, 태양광 에너지를 상호 변환할 수 있는 APM에 기반한 기술이 실현되고, 이는 지구적 규모로 기저부하(基底負荷) 전력과 액체 연료 확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 풍부하게 부존하는 원소는 고효율의 나노구조를 갖는 박막(薄膜)의 태양광 전지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렇게 얻어진 전기 에너지는 전통적인 액체 연료의 형태로 저장되고, 자동차 등 고정된 에너지 인프라에서 필요한 경우 다시 전력으로 변환해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대략 15테라와트로 추정되는 지구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구 육지 면적의 0.2%, 또는 경작지나 목초 재배지로 이용되고 있는 면적의 1% 정도만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견고하고 부식되지 않는 복합 소재로 만든 광전(光電) 시트가 기존의 깨지기 쉬운 태양전지 패널을 대체해 별로 큰 면적을 쓰지 않고도 지붕이나 도로 등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다. 

  - 원자재
  원자재의 종류와 그 용도, 사용량은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확대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이는 APM 기술이 원자재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복잡하게 만든다. APM은 두 가지의 방법을 통해 고갈되어 가는 자원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 
  첫 번째는 건축 및 기계 구조, 전기 배선, 전자 시스템 등에서 훨씬 적은 양의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알루미늄, 규소 등의 주요 원소들을 이용해 부족한 원자재 물질인 구리, 니켈, 코발트, 아연, 주석 등을 대체함으로써 대부분의 응용 분야에서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같은 혁신은 오늘날 국제적으로도 갈등과 긴장을 유발하는 중대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자원의 결핍에 따른 부담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여전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물질과 관련해서는, 산업용 설비의 성능과 코스트를 개선함으로써 채굴과 정련, 오염 통제 및 복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물
  인간의 일상생활과 농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것은 글로벌 차원에서 직면한 문제 리스트의 윗자리에 올라 있다. 인구의 증가, 환경 오염, 기후 변화 등의 많은 요인에 의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APM 기술을 활용해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에너지와 비용을 크게 낮춘 기계 설비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염분을 제거하는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의 코스트와 물 수송의 비용을 대폭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원자 수준 정밀도의 제조 기술을 통해 물만 투과시키는 다공성 분자의 막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해 역삼투(逆渗透) 방식으로 해수를 담수화하는 고성능의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실제 운용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삼투 막과 다른 필터의 생산, 정비, 재활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 농업
  농업은 세계 전체적으로 공급되는 담수의 80% 이상을 소비한다. 그리고 물을 오염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원과 환경의 문제가 제기되고 영농 방법의 개선의 필요성도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 곡물 생산은 인구 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 왔다. 그러나 1990년 이후에는 곡물 생산이 거의 늘어나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의 식료품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의 영향, 물 부족 등에 대한 우려들이 식료품 부족의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도 APM 기반의 생산 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소하면서 늘어나는 식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망을 밝게 해준다.
  세계는 그동안 주로 세 가지의 방법을 통해 식량 생산을 늘려왔다. 첫 째는 경작 면적의 확대였고, 둘 째는 화학 비료의 사용이었으며, 셋 째는 더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방법이 모두 수확체감(收穫遞減)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말았다. 경작 가능한 비옥한 땅은 매우 부족해졌고, 비료에 의해 수확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갈수록 감퇴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이라 하더라도 수확량이 온도나 토양, 물의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조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가뭄이 극심한 해에는 모든 작물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 
  온실 같은 밀폐형 농업이라면 온도와 토양, 물의 제약 조건에서 해방시켜 안정적으로 수확량을 크게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보호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경작지의 위치와 기후 변화에 의해 작물의 생장 조건이 결정되는데 비해,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을 통해 10여 가지의 요인을 조절함으로써 토지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밀폐형 농업에서 작물의 생장 조건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려면, 온도는 대개 너무 뜨겁지 않고 온난하게, 습도는 포화되지 않은 상태로 높게, 햇빛은 보통 밝으면서 직접 쪼이는 것이 아니라 산란되도록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토양에는 질소와 인, 칼륨을 충분하게 제공한다. 잘 제어된 밀폐형 농업에서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해충을 제거할 수 있으며, 질소나 인을 재활용해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이같은 밀폐형 농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적 자본이 필요하다. 밀폐 온실을 짓기 위한 구조 재료, 물의 재처리를 위한 펌프와 파이프, 필터, 그리고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열펌프및 축열(蓄熱)설비 등의 필수 장치들을 포함해 이 모든 설비들을 가동시키기 위한 동력원이 그것이다. 
  밀폐형 농업의 활용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살충제로 인한 오염의 우려가 없는 고품질의 식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많은 지역에서 연중 재배 방식으로 수확기를 늘릴 수 있고, 토질 개선이나 용수 조달, 가뭄 피해 예방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물권(生物圈)의 관점에서 그 혜택은 매우 크다. 물의 수요와 농업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는 것을 비롯해, 농업이 차지하는 전체적인 비중을 줄이면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품을 공급할 수 있고, 아마존의 삼림 파괴가 가속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한다. 밀폐형 농업은 농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인간의 생활과 지구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다. 

 환경 이슈의 변화

  문명의 물질적 기반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마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APM 기술을 활용한 비용의 감소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매우 클 것이며, 나는 이 청정 기술이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오늘날의 가장 까다로운 논쟁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또 인간의 문명이 세계의 나머지 부분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새로운 패턴을 정립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급진적인 풍요로움은 과거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포함해 인류의 많은 해묵은 목표를 실현시켜 줄 것이다. 이는 또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  환경의 복원
  환경 복원 작업에 있어서의 물리적인 어려움은 그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효율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표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난 뒤의 폐광을 효과적으로 복구하고 흔적을 없애려면 수 백만 톤의 바위와 흙을 운반해야 한다. 토양에서 유독성 화학물질과 중금속을 제거하기 위해 매우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결과는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교환곡선의 모든 관점에서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여기서도 APM 기반의 생산 기술은 환경 복원에 필요한 장비의 성능과 코스트를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 APM 기술은 지하수와 토양에서 유독 물질을 포획하고 격리시키는 새로운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환경 보전을 위한 많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의 반전(反轉) 
  APM에 기반한 생산기술과 제품을 통해 에너지 자원과 대부분의 에너지 이용 분야에서 ‘탄소 제로’의 공정을 실현할 수 있다. 예컨대 액체 상태의 탄화수소 연료는 물에서 뽑아낸 수소와 재순환된 이산화탄소(CO₂)에서 생성시킨 탄소를 이용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배출된 탄소의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중에서 대략 3조톤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CO₂를 포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같은 규모의 정화 작업은 현대 산업문명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일처럼 보인다. 우선 너무 많은 에너지 수요가 벅찬 과제이다. CO₂를 높은 효율로 포획한다 하더라도 필요한 에너지는 오늘날의 세계 총 발전량의 10년 치와 거의 맞먹을 정도이다.
  하지만 APM의 관점에서는 이같은 어려움도 관리 가능한 과제이다. APM 기술은 대기 중에서 CO₂를 포획하고 압축하기 위해 열역학적으로 매우 효율이 높은 방법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필요한 에너지는 앞으로 10년 안에 사하라 사막의 0.5% 정도의 넓이인 200×200㎞ 에 불과한 면적의 태양광 전지 패널을 설치하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APM 기반 생산기술은 앞으로 10년 안에 값싼 비용으로 지구 대기를 산업화시대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탄소를 포획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는 CO₂문제 해소를 위한 실현 가능하고 유용한 해결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지구의 한계와 문명 사이의 충돌을 피하도록 해주는 이같은 예상 밖의 전망은 우리에게 암울한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빛을 던져 준다.
  APM 혁명을 향한 진보가 가속될수록,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기존 지식의 한계와 앞으로 알게 될 지식을 모두 고려하여 우리 앞에 다가올 변화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긴급하게 대응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조차 혼란과 공상 과학적인 환상에 의해 모호하게 뒤범벅이 되어 있다. 
  내가 가장 최근에 저술한 책 「급진적 풍요(Radical Abundance)」가 목적하는 바는 나의 확신을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긴급한 의문들을 제기하는데 있다. 또 독자들에게 세계에 대한 관점을 거꾸로 뒤집도록 이끄는데 있지 않고, 어떻게 미래가 통상적인 예상을 벗어난 방향으로 전개될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영역에까지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이에 대해 적어도 몇 개의 명확한 응답을 제공함으로써 오랫동안 미뤄져온 우리의 미래의 모습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