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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고생이 많소, 조 부사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2.22
          

고생이 많소, 조 부사장!

 
이영탁 중소기업미래경영원 이사장
 
 
 조 부사장, 지난 몇 주간 정말 고생이 말이 아니지요. 온갖 후회와 절망에 이어 미칠 것 같고 별별 생각이 다 들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 살다가 순식간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사자인 조부사장으로서야 일찍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련일 겁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제법 큰 공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역사는 필연에 의해 조금씩 바뀌지만 우연에 의해 크게 바뀐다는 것을 요즘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더하여 조 부사장 자신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분하고 억울해서 정신이 없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요. 그러나 냉정을 되찾으면서 조용히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갑을(甲乙)관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지 않습니까. 전에 ‘라면 상무’라든가 ‘대리점 밀어내기’ 등으로 문제 제기가 되다가 한동안 잠잠해진 걸 다시 끄집어내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갑의 행태가 정말 달라지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한 게 없었던 다수의 갑들에게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조 부사장 개인으로서도 앞으로 잘만 하면 길게 보아 손해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추측입니다만 겁 없이 살아온 조 부사장이 평소에 잘못을 저질러도 제지하거나 고쳐줄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자신감이 쌓여 고집과 독선으로 이어지는 수도 있었겠지요. 이번에 아주 혹독하지만 값진 경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조 부사장이 어디에서 이렇게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를 복으로 바꾼다는 뜻이지요. 지금부터 진정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요즘 갈수록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보통 사람들의 심사가 많이 뒤틀어져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무시당하게 되면 이들의 인내는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SNS라는 무기가 있어 약자가 강자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지도층 인사가 부담해야 할 도덕적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과거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세상의 갑들에게 묻습니다. 앞으로 갑을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지난 세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갑을관계도 이제 운명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달라지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습니다. 결국 갑이 먼저 변할 것입니다. 만일 갑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갑질’을 한다면 을의 반란을 불러올 게 뻔합니다. 갑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달라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차제에 우리 사회에 하인학교1)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나 대기업 종사자를 비롯한 세상의 갑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을의 가슴을 멍들게 한 경우도 찾을 수 있을 거고, 관행으로 여겼던 일들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흔히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사무친 갑질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 갑이 을의 입장을 이해하고 달라지기 위해 스스로를 교육하는 장소. 
    소설 ‘벤야멘타 하인학교’에서 착안한 것임
 
  국민들도 차제에 변해야 합니다. 갑질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행태를 고치는 데는 소비자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소비자들이 SNS를 이용해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착한 기업 만들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좀 못하더라도 착한 기업을 이용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착한 소비자가 착한 기업을 만드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세상의 갑들도 더 이상 갑질이 어렵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행태를 바꿀 것입니다. 이제 더 나은 세상 건설의 주역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요, 소수의 갑들이 아니라 다수의 을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갑을관계가 빠른 속도로 역전되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