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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미래학의 연구자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2.01
          
미래학의 연구자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기획단장

미래예측의 방법으로 전문적으로 미래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를 우리는 미래학자(Futurist 혹은 Futurologists)라고 부른다. 미래학자는 일어날 일에 대한 예견을 위해 과거와 현재의 자료를 분석하여 이론을 수립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장을 한다. 미래학자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1842년 경으로 당시는 기독교의 한 종파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새로운 예술의 종류로 이른바 미래주의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과거를 부정하고 속도, 기술 그리고 급격한 변화를 추종하였다. 그러나 동시대의 쥘 베른이나 에드워드 벨러미, H. G. 웰즈 같은 사람들은 이런 미래주의와는 관련이 없다. 1940년대에는 미래학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인 랜드(RAND)SRI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계획과 시스템적 트렌드 분석, 시나리오 개발 등에 대해 연구했다. ‘미래학(Futurology)’라는 용어는 독일계 미국 정치학자 오시프 플레이트하임(Ossip Flechtheim)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2차대전 종결 무렵에 미래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1943역사의 미래로의 확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래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베르트랑 드 주브넬은 1963추측의 기술을 펴내 미래학의 이론적 기초를 다졌고, 홀로그래피 발견과 이론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출신의 영국과학자 데니스 가보(Dennis Gabor : 1900-1979)1964년에 기술문명의 미래에 대해 언급한 미래를 발명하기(Inventing the Future)를 펴내 미래연구에 기여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미래학자는 작가, 컨설턴트, 조직의 지도자, 조사연구자, 과학기술인 같은 사람들이 학제적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지구적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기회를 파악하거나 만약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미래학은 워낙 신생학문이다 보니 애초부터 미래학을 전공한 미래학자는 거의 없다. 과학자, 엔지니어, 작가, 예술가 등 여러 학문적 실용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론을 이용해 미래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테오도르 폰 카르만은 항공역학자였고, 허먼 칸은 물리학을, 피터 슈워츠는 항공공학을 전공했으며,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했다. 미래사회 변화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과학기술이다보니 미래예측은 기술예측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이 미래학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학이라는 분야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연구와 전문가들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미래학자 중 가장 대중적인 사람은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이다. 토플러는 미래학을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대중의 관심사로 끌어내려 미래연구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미래학자로 유명하지만 정작 시나리오 기법이나 델파이 기법 같은 미래예측조사 방법론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창의적 직관에 의해 미래사회를 그리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다른 미래전문가와는 달리 저널리스트 출신인데, 1970년에 미래의 충격(Future Schock)이라는 책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후 과학, 문학, 법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무려 다섯 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공장 노동자생활도 했고 신문기자로도 활동했으며 경제지 포춘(Fortune)의 편집장과 코넬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무명의 저널리스트 토플러를 세계적 지식인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은 두 권의 책이었다. 미래의 충격3의 물결(1980)이 다. 그는 미래의 충격에서 특히 변화의 속도에 주목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차츰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기술과 지식이 급변하는 반면 인간의 적응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플러는 분석했다. 미래의 충격이란 다름 아니라 인간이 변화에 따라 겪게 되는 문화의 충격을 말한다. 새로운 사회의 특징으로 토플러는 변화의 가속화와 일상성’, ‘과학기술로 인한 새로움’, ‘다양성등을 들었다.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 역시 미래학의 대중적 스타이다. 메가트렌드(Megatrends),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1982년에 발간된 메가트렌드(Megatrends)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2년간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 800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 분야에 1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하버드대 등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래학이 가장 앞선 미국의 경우는 오늘날 미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와이대학, 휴스턴대학과 텍사스대학에 미래학 학위과정이 있고, 중고등학교에 미래학 커리큘럼이 편성되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매년 여름에 주정부가 미래학 강좌를 주최하고 있고, 휴스턴대학이나 볼스테이트 대학의 미래학부에서는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연구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을 출판하고 일반인을 위한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미래학 연구가 발전해오면서 연구방법에 따른 다양성이 나타나고 관점에 따라 학파도 형성되었다. 일반적으로 미래학파는 외삽주의적 미래학파, 전이주의적 미래학파, 급진주의적 미래학파 등 3개로 크게 구분된다. 외삽주의학파(Extrapolationist)는 변화가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추세가 미래로 연결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 사건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보수주의적 미래학파이다. 일반적인 미래연구가 알려진 자료를 기초로 평가하고 예측하는 외삽주의적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외삽주의적 미래학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12개의 장기추세모형을 제시한 허먼 칸 등이 대표적인 외삽주의 미래학자이다. 급진주의적 미래학파는 과거나 미래 역사를 불연속적이고 단절적인 것으로 보고 새로운 사회는 총체적 위기나 혼란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전이주의적 미래학파는 한 사회의 변화가 이념, 가치관이 전도되는 총체적 변화가 아니라 오랜 기간을 거쳐 확산되는 점진적 변화로 보며, 어느 전환점을 통해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된다고 본다. 산업사회로부터 포스트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주장한 다니엘 벨, 메가트렌드 예측을 통해 새로운 사회로 전이되는 방향을 설정한 존 나이스비트 등이 대표적인 전이주의 미래학파이다.

한편 하와이-마노아 대학의 미래학연구센터는 미래에 대한 단선적인 관점을 비판하며 복수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이들을 마노아 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임스 테이터 교수가 이끄는 마노아 학파의 핵심명제는 미래는 예견(predict)하는 것이 아니고, 미래는 하나의 단선적인 세계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포함하는 복수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마노아 학파 미래학자들은 미래는 과거나 현재로부터 거대한 관성에 의해 지배받는 결정론적인 것도 아니고, 계량적인 방법을 통해 기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래연구는 미래의 이미지들(Images of Futures)’에 대한 연구이며 복수의 가능한 미래에 대한 연구라는 것이다. 제임스 데이터 교수는 미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며, 따라서 미래학이란 말은 영어로 Future Study가 아니라 Futures Studies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미래학의 수요가 커지면서 미래학자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래학자는 아마도 미래에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과거 역사나 현재의 상태는 이미 주어진 것이지만 적어도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공평하다. 누가 성공할지 어느 나라가 미래 최강대국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꾸어 말하자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고 어떤 나라도 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가 신이나 절대정신에 의해 주어진 것이고 바꿀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라면 미래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미래는 준비와 대응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자 희망의 원천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은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미래예측과 미래학 연구의 활성화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미래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람들의 행동이나 무활동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The future doesn't happen : People create it through their action-or inaction- today)(세계미래회의 웹사이트의 문구).”

미래학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현재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며 미래전략 수립을 위해 고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학은 현재학이며 시간에 대한 주체적, 능동적인 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