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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화폐 단위 조정한다면 100대 1로 가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9.12
          

화폐 단위 조정한다면 100대1로 가야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 단위 조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한다. 현재 화폐 단위는 지난 1962년에 정해진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배 정도다. 당시 1000원 주고 사던 것을 지금은 5만원 주고도 못 산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계산 단위가 너무 커져 복잡해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대학 졸업생의 초임 연봉이 5만달러인데 우리는 2500만원이다. 미국의 웬만한 집값이 50만달러라면 우리는 5억원이다. 5억원을 500,000,000이란 십진수로 표현해보자. 우리의 계산은 너무 고단위여서 읽기조차 거북하다. 2015년 우리의 국부는 1경2359조원이며, 총금융 자산은 1경4599조원이다. 조 단위를 넘어 경 단위를 사용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대외 환율도 숫자가 복잡하다. 최근 대미 환율이 1100원 정도 된다. 얼마 전까지도 OECD 국가 중 우리보다 화폐 단위가 낮은 나라로 이탈리아가 있었다. 2002년 말 기준으로 1달러에 1850리라였다. 그러나 그 후 유로로 통합됐기 때문에 이젠 우리 환율이 제일 높다. 지금 OECD 국가 중 1달러에 1000단위가 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우리로서는 환율 면에서 화폐 단위가 너무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할 것인가? 사회 일각에서 1000분의 1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100분의 1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100분의 1로 할 경우 현재의 화폐 단위 '원'을 '전'으로 내려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달러와 센트처럼 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사용자 불편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일본과 공조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미국·중국 및 일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 이 나라들과의 경제 관계가 갈수록 밀접해지면서 경제 통합이나 화폐 통합에 대한 논의가 얼마든지 시작될 수 있다. 지금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 함께 100분의 1로 내릴 경우 '미국 1달러:일본 1엔:중국 6위안:한국 11원'이 된다. 이렇게 된 다음 우리는 장차 '1달러:1엔:1원'이 되도록 우리 경제를 튼실하게 키우고 정치 사회를 제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만일 일본과 공조하지 않고 우리만 1000분의 1로 내리면 '1달러:100엔:6위안:1원'이 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경제가 어려울뿐더러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화의 진행으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한 나라가 아프면 전 세계가 같이 아파지고, 이것을 고치자면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광범위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미래학자는 장차 세계 정부의 탄생을 예고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정책을 슬기롭게 펼쳐가는 혜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넓게, 그리고 멀리 내다보는 미래 지향적인 지혜와 안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