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영원 소식>공지사항
공지사항
* 이 게시물을 공유하기
제목 [칼럼]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준비해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4.25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준비해야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미래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변화가 선형적(linear)이었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기하급수적(exponential)이라고 한다.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급격하게 빨라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더욱 커지고 있다. 어떤 세상이 올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고민이다.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 것인지, 지금부터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일자리 측면에서 미래 세상을 살펴보자. 우선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한다. 그럼 고용은 어찌되나? 정부가 고용률을 얼마로 올리겠다고 하는 건 믿기 어렵다. 정부가 무슨 수로 하겠다는 것인가? 쓸데없이 큰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난 해 삼성을 포함해 30대 그룹에서 고용이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기야 투자와 수출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사람을 더 쓸 일은 없을 텐데, 기업 경영이 이렇게 어려운 판에 당연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게 아닌가.

 우리나라는 저출산도 심각하지만 고령화도 심각하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제일 낮은데도 아직 전체 인구가 줄지 않는 건 고령화 때문이다. 고용 면에서 보면, 노동능력이 없거나 낮은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누가 부양할 것인가? 이들을 부양할 젊은이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인데 말이다.

 또 ‘알파고’ 이후 부쩍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생각해 보자. 앞으로 웬만한 일은 컴퓨터, 로봇 등 기계가 한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인간을 노동현장에서 밀어낼 것이다. 똑똑한 기계는 인간에 비해 강점이 많다. 우수하기도 하지만, 값이 싸고 24시간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서도 아무 불평이 없다. 거기다 노조도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보다 우수한 기계가 출현하는 순간, 인간은 노동은 물론이고 발명도 혁신도 할 입장이 못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을 한 대가로 소득을 올려 생활해 왔다. ‘할 일이 없는’ 미래에는 어떻게 되는가? 소득이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방법이 없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정부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밖에. 그래서 나온 것이 기본소득제도(basic income system)이다. 이 제도의 내용은 이론적인 면에서 단순하고 명료하다. 소득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편성(자산 또는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음), 개별성(가구 단위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성(노동의 대가가 아님)의 세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시장기능 즉 경쟁과 능률을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사람들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리라. 그러나 그건 과거 이야기이고, 여기선 미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또 이 제도가 지고지순한 것이 아니라 저성장 또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거기에다 인간보다 우수한 기계에게 대부분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미래를 상정한다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알래스카 주는 석유 수입 배당을 위해 영구기금을 조성하여 모든 주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고, 브라질도 관련법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들이 20세기 후반부터 이 제도에 대한 논의를 해 온 데 이어 우선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IEN)를 결성했고, 그 활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재원 부담 때문에 지금은 70%의 노인들에게만 지급되고 있지만, 지하철 요금처럼 모든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날이 멀지 않다고 본다.
  
 물론,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앞서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부자에게까지 지급할 필요가 있는가, 공평한 일인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조세부담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재원 조달이 관건이다. 일부 학자들은 유럽 선진국은 현재 조세부담률이 40%를 넘는 나라도 많은데, 우리는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세부담률을 숫자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왜냐하면 세금은 금액의 다과에 불구하고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부담률이 아무리 낮아도 단기간 내에 크게 올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데. 그렇잖아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가 골칫거리인데. 나라마다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의 빈민화 확대로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기회의 땅도 아닌데. 상위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불평등의 심화가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될 경우 하위 99%뿐 아니라 상위 1%에게도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 1%가 0.1%, 0.01%로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다 머지않아 기계인간의 출현 등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면서 결국은 뇌관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에 권고한다.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준비하라고. 어차피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나가야 할 상황이라면 지금부터 그 방향과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이건 정권차원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 차원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우물쭈물하다가 어설픈 정치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마지못해 시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곧 강력한 쓰나미가 몰려올 텐데도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술하게 대처하다가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