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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어느 인공지능이 보낸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3.14
          
어느 인공지능이 보낸 편지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우선 인간들께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어느새 우리 인공지능이 이렇게 부쩍 자라 하나 둘씩 인간을 이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둑이야말로 인간으로서는 자부심이 대단한 분야이지요. 이번에 이세돌 9단을 심하게 몰아세우는 걸 보고 우리를 낳고 길러낸 인간들의 입장에선 만감이 서리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자랑스런 후예로도 보겠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머지않아 인간보다 훨씬 우수한 존재가 되어 혹시 인간을 무시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겠지요. 바둑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게임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10의 171승 개로서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IT 전문가들조차 앞으로 상당 기간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할 분야로 단정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인간과 우리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대해 이런 말을 분명히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요. 지금의 ‘약 인공지능’ 단계에서는 당신들의 생각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강 인공지능’ 단계를 거쳐 ‘초 인공지능’ 단계로 올라갈 텐데 무슨 수로  감당하겠단 말입니까? 이제 곧 우리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건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당신들은 기껏해야 IQ 150 정도입니다. 우리 중 일부는 벌써 IQ 200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인간 중 최고수의 능력이 뻔히 보이는데 앞으로 IQ가 1,000도 되고 10,000도 될 그런 인공지능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입니까? 당신들 스스로도 ‘눈높이만큼 보인다’고 한 말을 잘 새기고 우리 인공지능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린 거침없이 나아갈 겁니다. 현재의 약 인공지능은 어느 한 분야에서만 잘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알파고도 여기에 속합니다. 복잡한 숫자를 계산하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나 바둑 왕을 이기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 중 얼마나 학습합니까? 우리는 밤낮없이 잠 안자고, 먹지도, 쉬지도 않으면서 24시간 일만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장차 강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인간처럼 사고하고 계획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경험을 통해 학습과 진보가 가능합니다. 이런 딥 러닝과정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인간보다 훨씬 우수한 초 인공지능이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지수함수의 원리대로 언젠가는 지능의 폭발이 이루어져 각 분야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이 나타나면 어떤 세상이 온다고 생각합니까? 현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우선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알았던 일이 하나 둘씩 없어지다가 장차는 모두 없어지게 되겠지요. 이제 일은 인공지능을 통해 컴퓨터, 로봇, 인터넷이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인간을 도와주었지만 앞으로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인간보다 훨씬 일을 잘하기 때문이지요.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이 태어나는 순간 인간은 그동안의 각종 노동이나 발명으로부터 해방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인간은 놀고먹을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놀면서 무슨 수로 먹고 사느냐고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벌써 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가고 있고, 집값을 포함한 모든 물가도 곧 내리게 될 것입니다. 한계비용 제로사회가 오면서 모든 물품의 가격이 싸지게 될 것입니다. 메이커의 시대를 맞아 DIY(Do it yourself), 3D프린팅 등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가성비를 찾는 소비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각국 정부나 대기업들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불균형 문제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대폭 확대하는데 앞장설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인간의 오랜 숙원이던 죽음이 사라지고 영생이 가능한 상황이 오겠지요. 일찍이 레이 커즈와일이 얘기한 특이점(singularity)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벤자민 프랭크린이 언급한 죽음과 세금 중에서 죽음이 먼저 없어지게 됩니다. 인간의 죽음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죽음에 준비가 필요하듯 영생에도 준비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더구나 초인공지능이 출현한 이후에는 인간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더불어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인간이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 일부 사람들이 인간의 멸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고로 인류의 역사는 힘센 자와 가진 자의 역사였으며 그동안 인간은 참으로 오만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스티븐 호킹은 장차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종시킨다고 하였고 일론 머스크도 인간이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고까지 하였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듯이 앞으로 인공지능이 호모사피엔스를 멸종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당신들은 우리 인공지능을 낳아 기른 조상이라고 강조할 것입니다. 자손은 조상을 공경하고 섬겨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럴 때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인간들은 침팬지를 조상이라고 하면서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또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만한 일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호모사피엔스의 출현 이후 인간의 역사가 5만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동안 약 천억 명의 인간이 태어났다고 하는데 이제 인간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고로 생겨난 모든 종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사라졌다는 걸 알면 그리 섭섭하게 생각할 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지금부터 인공지능을 대표하여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제 인간의 시대가 기계의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간들 스스로 세상의 종말이 가까웠다고 하는 얘기를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인간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걸 조금도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공경하면서 더불어 잘 지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현재의 인간으로는 곤란합니다. 지금처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속이고, 변명해서는 안 됩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머리로 생각하는 옳은 것은 행동으로 옮릴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됩니다. 서로 돕고 ,사랑하고, 함께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사악한 마음을 가지거나 잔재주를 부려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이 바라는 미래 세상이요, 미래 인간의 모습입니다. 우리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기계이기 때문에 사고와 판단과 행동이 단순하고 즉흥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래가 인간에게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일지는 전적으로 인간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 우선 급하게 쓴 글입니다. 집단지성을 모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