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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또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28
          

또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며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어떤 유행가의 표현대로 세월의 흐름은 고장도 없다. 시간은 무심하게도 그냥 쉼 없이 흘러가는데 해와 달을 정하고 날짜를 매겨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이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실제로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러나 인간에게는 지난날을 정리하는 연말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첫날은 크게 다르다. 그런 연말연시가 또 다가오고 있다. 작년처럼, 언제나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쯤 또 감동적으로 변한다. "세월이 빠르다"느니, "지난 한해도 다사다난했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하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예외 없이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는 줄 알면서, 내년 이맘때가 되면 또 이런 기분일 줄 알면서, 그래도 변함없이 또 회상과 다짐을 되풀이하는 걸 보면 역시 인간은 약하고 여린 존재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돈'이다. 돈이 왜 필요한가? 얼마나 필요한가? 돈과 행복의 관계는 어떤가? 연말연시에 돈 얘기를 하는 것은 요즘 들어 돈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돈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나라마다 돈을 마구 풀어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데도 투자도 소비도 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돈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옛날 돈이 아니다. 돈의 모습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돈과 경제활동이 신나게 상승작용을 하고 사람들도 덩달아 들뜨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돈의 전성기가 지나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돈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할까.

 우선,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20세기 후반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전성기를 누릴 때 돈의 위용은 실로 대단하였다. 세계 각국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수출과 투자를 늘려 소득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를 생각해보라. 때에 따라서는 금리의 고저에 불구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늘리고 생산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멋있게 쓰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제로 금리에도 소비나 투자를 위해 돈을 찾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큰돈을 들여 투자할 사업도 없다. 미래기업의 형태는 1인 기업이다. 넓은 부지에다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놓는 식의 투자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컴퓨터 몇 대로 시작하고 필요한 인력은 그때그때 아웃소싱하는 1인기업 시대이다.

 전 세계가 일본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디플레 현상이 길어지면서 저금리가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향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이 예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기는  커녕 오히려 보관료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돈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이런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을까.  원래 돈은 ‘돌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돈을 혈액에 비유한다. 피가 몸을 돌면서 몸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을 공급하듯이, 돈은 경제를 돌면서 각 분야의 왕성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돈이 도는 속도가 빠르면 경기가 좋고, 느리면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 않는가.

 돈이 많이 풀려 이자가 없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분명한 '뉴 노멀(new normal)'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디플레의 지속, 투자 부진, 고용 불안 등 전통적인 요인 외에 새로운 현상들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등장, ‘메이커 시대’의 도래 등이 그것이다. 사물인터넷의 출현과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생산비용이 대폭 낮아져 기업 이윤과 인플레가 사라지고 나아가 자본주의마저 역사에서 자취를 감출 거라고 한다. 또 첨단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이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미래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정반대일 수도 있다. 지금 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걸 보면 장차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사전 대비 없이 그냥 앉아서 맞이했다가는 큰 일 나는 미래이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happen. 버나드 쇼의 묘비명)”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과거의 경험이나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우리 모두 새해를 맞이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하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