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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미·북 정상회담 보고 나서 종합 평가합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22
          

미·북 정상회담 보고 나서 종합 평가합시다


이상일 세계미래포럼 고문

4·2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생각은 180도 다르고, 한국당과 바른미래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다. 정당의 정체성이 제각각이고, 회담 공동선언문이 비핵화와 관련해선 말 그대로 선언적인 만큼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충분히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따라서 회담 결과를 둘러싸고 정쟁을 벌일 까닭이 없고, 회담을 평가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할 필요도 없다. 김정은의 본심을 회담 결과만으론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북한을 비핵화 길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과정을 한국당이 폄하하는 건 옹졸한 처사다. 북핵 폐기를 위한 최선의 수단은 무력이 아닌 외교와 협상이 분명하고, 그 성과가 없을 걸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에 속고 있다”고 하는 건 성급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 그래서 이번만큼은 북이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견인하는 일이다. 북한이 이미 만든 핵무기와 핵시설·핵물질의 완전한 폐기, 핵 프로그램의 완벽한 불능화, 철저한 검증과 사찰 등이 최단 기간 내에 이뤄지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해서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 일이 우리 뜻대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남북 공동선언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만 했을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북핵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폐기할 것인지 핵심적인 모든 것이 모호하다. 그런데도 첫 술에 배불러서 환호작약하는 민주당은 경솔해 보인다. 냉철하지 못한 여당을 북한이 우습게 여길까봐 걱정스럽다. 

이제 공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담판’으로 넘어갔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도 추상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도 불분명한 레토릭이 아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 시간표를 포함해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게 트럼프의 각오다. 

미·북이 협상을 하고 있지만 양측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문 대통령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담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한층 커질 것이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과 44분 간 긴한 대화를 하며 신뢰를 쌓은 문 대통령이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을 사전 코치하는 그림도 가능하지 않을까. “북한이 맞이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미국이 말하는 ‘리비아식 해법’(북핵 폐기 후 보상)도 통 크게 수용하라”고 김정은에게 충고하면 어떨까. 트럼프에겐 “미국 안보만 지키는 수준에서 북한과 적당히 타협해선 안 되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주문하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을 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완전한 핵 폐기를 출구로 규정하는 구상을 여러 번 밝혔다. 김정은과의 회담은 그 입구로 겨우 들어선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우리가 생각하는 출구로 나오는 것이냐다. 북·미 정상회담에선 그 출구로 다다르는 과정과 시간표가 해석의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명료하게 제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핫라인을 통해서든, 물밑작업을 통해서든 김정은을 그 출구로 꼭 이끌어주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중재노력으로 미·북 회담이 성공한다면 “또 속는 거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미·북 회담을 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