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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가상화폐를 보는 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02
          

가상화폐를 보는 눈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요즘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거세다. 그 중에서도 비트코인이 단연 각광을 받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 도저히 정상적인 거래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가 제시한 조만장자(trillionaire) 배출 가능성이 높은 18개 분야 중 1위가 가상화폐라니 놀랍지 않는가. 또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의 전설로 알려져 있는 디머시 드레이퍼 회장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 사용을 선점한 국가가 부를 독점할 것이라고 하였다(2017년 11월 세계지식포럼 강연). 차제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관련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소견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상화폐가 왜 생겨났으며 그 위세가 이렇게 대단해진 이유를 살펴보자. 가상화폐는 아직 법적인 화폐가 아니지만 대안화폐로 생겨난 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의 결과 그 대안으로 출발한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왔을 때 금융기관이 문을 닫게 된다면 예금 인출 불가 또는 현 화폐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은행이 멈추는 날<제임스 리카즈> 및 2019 부의 대절벽<해리 덴트> 참조) 이처럼 금융기관, 중앙은행, 정부 등 제도권에 대한 불신의 결과 여러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최근의 가상화폐 장세를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광풍에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네덜란드는 무역 강국이었고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쥐게 되었다. 그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튤립으로 부를 과시한 결과 1636년 1월 한 달 동안 튤립 구근 가격이 2,600% 폭등하였고 당시 황제 품종 구근 하나가 집 3채 가격에 해당하는 2,500길더에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투기수요가 가격을 마구 올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 투기가 언젠가는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건 튤립은 투기가 멈춘 후 사라졌지만 암호화폐는 투기가 멈춘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오히려 투기가 진정되면 대안화폐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굴곡은 있겠지만 꾸준한 가격 상승과 함께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기존 화폐에 대한 신뢰 저하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지만 가상화폐는 미래의 가치기술인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비트코인은 공급 물량까지 제한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죽는 튤립과 언제든 현금교환이 가능하고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는 대안화폐를 비교하는 건 시작부터 무리이다. 가상화폐를 금보다 더 편리한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가상화폐의 거래원장인 블록체인과 관련하여 가상화폐의 특징 중 하나는 은행 없이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P2P거래를 통해 중간 관리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을 뿐 아니라 위조나 해킹도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월드 와이드 웹이 정보를 담았다면 블록체인은 가치를 담은 공공거래장부이다. 이러한 블록체인이 진정한 P2P 플랫폼을 통해 은행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거대 중개기관을 배제함으로써 부가 창출되고 분배되는 방식까지도 바꾸고 있다. 바람직한 미래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우리 정부에서는 가상화폐 열풍을 투기로 간주하고 거래를 엄정 규제하는 방안을 법무부 주도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금융당국은 화폐가 아니라고 발을 빼고 법무부가 나서 규제, 금지, 처벌 등 단기적인 부작용만 강조하는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자고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이기거나 트렌드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시장은 글로벌 시장으로서 우리 정부의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권 유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비트코인의 선물거래를 개시하였다. 불법자금의 유입이나 과도한 투기는 억제되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건전한 금융질서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고 없는 시장을 강조하는 단견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 비전하에 건전한 금융정책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세상은 소수의 권력자나 정부 기관이 바꾸지 못한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서로 연결 소통하면서 세상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을 보라. 누가 대통령을 탄핵시켰는가?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에 찬성한 것은 거대한 촛불시위의 결과이다. 화폐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지폐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특히 고액권은 쓰임새가 줄어들면서 비리, 탈세 등 지하경제의 온상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현금 없는 세상의 자리를 가상화폐가 차지해 들어가고 있다고 보면 무리일까? 정부나 금융 당국이 법적인 화폐가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화폐로 인정하고 사용을 확대해나가면 결국 화폐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가상화폐의 미래가 단기적으로는 험난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은 검토조차 하지 않으면서 중국만 하고 있는 ICO 금지 등 규제 조치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 괜히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미래의 핵심 분야로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제도 보완을 해나가길 바란다. 그것이 인터넷 강국 코리아가 앞으로 인터넷 이상으로 세상을 바꾸어나갈 블록체인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는 길임을 분명히 주지시키고자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