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의 영문명 UNESCO 가운데 글자인 ESC는 각각 교육(Education), 과학(Science), 문화(Culture)를 뜻합니다. 교육, 과학, 문화의 보급과 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가 바로 유네스코인 셈입니다. 유네스코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평화를 지키는 것도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하며”라고 시작됩니다. 유네스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것은 교육, 과학, 문화 등 세 가지 영역이 인간의 마음과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10년 후, 20년 후의 세상은 어떠할지, 미래에는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궁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이나 지금의 청소년들은 미래에는 어떤 분야가 중요해질지,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앞으로는 유네스코의 가운데 글자가 각각 뜻하는 교육, 과학, 문화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을 길러내고 호기심과 창의성을 가진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인간적 삶을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은 생물학적인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통해 사회적인 인간으로 길러집니다. 각 개인에게 교육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내재화하는 것을 사회학에서는 사회화라고 부릅니다. 사회화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과학을 연구하고 문화를 만들고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에, 인간을 길러내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 즉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심어야 한다는 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과학입니다.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을 말하는데, 넓은 뜻으로는 체계적인 학문을 이르고 좁은 뜻으로는 자연과학을 이릅니다. 이를테면 과학은 주변 환경과 자연을 인식하는 앎의 방식입니다. 물질세계와 우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명 현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간은 환경과 자연 세계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등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리와 지식들을 총칭해 과학(Science)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과학에 근거해 뭔가를 만드는 방식은 기술(Technology)이라고 하죠. 인간은 과학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을 수용하고 사용하면서 인간 삶의 방식은 변화합니다. 요컨대 과학으로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기술로 문명의 이기가 진화하는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산물은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삶을 인간에게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文化)는 인간 삶의 본질이자 궁극적 지향점입니다. 문화를 사전에 찾아보면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역사적으로 살아오면서 만든 생활양식, 제도, 가치 등 모든 산물이 문화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신의 보호를 받다가 쫓겨난 인간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데 필요한 가치, 규범, 이상, 학문, 종교 등을 만들면서 살아왔습니다. 인류가 살아온 과정과 결과물이 바로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