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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가성비가 중요해지는 이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0.30
          

가성비가 중요해지는 이유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전체 과정에서 과거 오프라인 경제 또는 성장 경제시대 에서는 두 번의 진실의 순간이 발생한다. ‘진실의 순간’이란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구매할 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으로 서비스 마케팅 분야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다.첫번째 진실의 순간(MOT) 는 편의점 매대에서 A라는 제품을 구매할지 B 라는 제품을 구매할지 고민하는 순간을 말한다.두번째 진실의 순간(MOT) 은 그 제품을 집에와서 사용하는 경험을 하면서 만족 또는 불만족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과거에는 통상적으로 두번째 진실의 순간을 통하여 재구매 여부가 결정되곤 했었다.

 문제는 쿠팡이나 야놀자 등과 같은 모바일 앱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두개의 진실의 순간 보다도 더 강력한 진실의 순간이 만들어졌는데 이 시점이 이전 두개의 MOT보다 상당히 앞에서 발생한다고 하여 제로를 앞에도 부쳐서 제로_진실의 순간이 탄생한것이다.지모트라고 불리는 제로_진실의 순간은 특정 제품에 대한 검색 단계에서 발생한다.모바일 쇼핑 시대 쇼핑의 개념은 완전히 재정의되고 있다.과거 오프라인 매ㅏㅇ에 직접 가서 판매원과의 대면 접촉을 통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올드 노멀이라면 이제는 스마트 폰으로 관심 있는 제품과 서비스 구매를 검색하게 된다.이 같은 뉴노널 쇼핑은 그야말로 검색활동이다.따라서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진실의 순간이 검색 단게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 구매자의 댓글이나 구매 평가를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이 같은 새로운 쇼핑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상대적 위치가 드라마처럼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었다.‘절대가치’의 저자 이타마르 시몬슨은 이제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절대가치의 시대가 시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성장이 기본이었던 올드 노멀 시대에 통했던 마케팅 전략은 그 효과가 대폭 줄어들었으며 표준화된 마케팅 전략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해왔고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는 정보를 받아들였다. 제품의 브랜드, 가격, 생산지, 유통방법 등이 품질을 측정하는 지표들이었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시몬슨 교수의 주장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모바일 시대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에서 P M O 의 상대적 중요성이 변화 한다는 것이다.먼저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중 ‘P’가 있다. Prior preference(사전 선호)다. 소비자 머리 안에 이미 저장돼 있는 성향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극단적인 편에 서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중간에 서길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타협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타협을 피하길 좋아한다. 이런 건 유전에 의해 타고나는 요소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 요인, ‘M’은 마케터다. 기업들이 발신하는 정보들 즉 광고, 브랜드 구축 등이 M의 영향력이다.마지막 요인은 ‘O’다. 이는 소비자가 다른 사람들(other people)에게 듣는 구매평가와 스토리들다. 가족일 수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인터넷의 경우 우리는 전혀 모르는 선배 구매경험자들로부터 정보를 받는다.이 세 가지 요인 중에서 소비자 구매결정에미치는 O의 영향력은 급격히 늘어나고 M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의 개념도 급격히 그 유효성을 상실하고 있다.3박 4일 남해안 여행을 간다고 가정하자.티맵으로 최적 경로를 찾아서 운전하고 다니며 방문지 인근에서 야놀자 앱에 접속하여 가성비 높은 호텔과 리조트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스마트폰을 활용한 검색활동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급격히 약해지면서 기존 마케팅 이론에 등장하는 포지셔닝, 세그멘테이션은 과거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설득’은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이 가장 좋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절대 가치 측면에서 이것은 시간 낭비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더 좋은 정보 소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충성도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마케터의 역할은 바뀌어야 한다. ‘O’에 더 집중해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부서의 역할과 의무는 향후 상당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커뮤니티 관리나 스토리 유통으로 말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이제 과거로부터의 '명성'과 '이미지'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끼리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가성비'를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정보력 강한 소비자들 앞에서 화려한 브랜딩보다는 진정성과 실력으로 진검승부를 하며 최강의 가성비를 구현한 브랜드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패권을 장악하게 됐다.

 뉴노멀 시대 소비자 가치를 생각해보자.브랜드 편익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첫 번째는 이미지 편익으로 이는 주로 상징적 편익(symbolic benefit)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남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로 표현되는 것은 바로 이 편익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성능 편익인데 기능적(functional), 경험적(experiential) 혜택이 여기에 포함된다. 브랜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기능적 만족을 얻고, 사용 체험을 통하여기쁨을 얻는 편익을 의미한다.

 과거 고성장 경제에서는 이미지 편익에 높은 가중치를 두었다면 지금과 같은 뉴노멀 저성장 시대에는 성능 편익으로 그 비중이 이동해 가고 있다.과거 고성장 시대, 수요부족 시대에 재화가 여전히 부족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들에 비해 많이 소유하는 것이 삶의 절대적 목표였다. 기술 수준은 아직 성장 단계이다보니 기술 수준 불균형에 의해 이미 선도 기술을 가진 소수 브랜드가 희소성 효과와 상징성 효과를 획득할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는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기업 간 차별성이 약해지면서 희소성 또한 약해지고 초 과잉생산, 과잉소유에 의하여 차별적 소유를 통한이미지 상징화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이제는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빠른 경험’ ‘다양한 것을 쉽게 공유하는 것’ 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스마트 폰으로 무장한 소비자들과 기업 마케터들과의 정보 비대칭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게다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쇼핑의 근본 개념도 검색활동으로 변했다.이 같은 소비환경 변화에서 올드노멀인 광고와 촉진에 매달리거나 브랜드 충성도에 올인하는 마케팅을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