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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그럼에도 인구가 전부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02
          

그럼에도 인구가 전부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교수

 인구가 미래를 바꾼다. 이 명제에 의문부호는 불필요하다. ‘인구구성→미래변화’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그간 숱하게 검증됐다. 가설이 아닌 이론검증의 사실명제다. 인구변화야말로 사회체계와 경제구조를 비롯한 ‘사람의 삶’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인구변화에 무감각하다. ‘변하고 있다’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상 한발을 성큼 떼기는 힘들다. 외면하거나 주저하거나 혹은 방치하거나 할뿐이다. 알아봐야 두렵고 답답하거니와 먼 훗날 얘기라는 자기합리화도 원인이다. ‘왜 변하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의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상황분석은 뒤로 밀린다. 

 여기에 인구감소의 충격이 생각보다 적다는 논리도 있다. 일본을 뺀 다른 선진국의 경우 인구감소에도 불구, 성장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맥락이다. 당분간 부동산 폭락이 결코 없을 것이란 근거로 자주 거론된다. 동의는 하되 ‘당분간’일 뿐이다. 자본·노동투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기란 어렵다. 인구수입(=이민)으로 노동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지만, 이것도 한국적 민족주의 환경에선 만만찮다. 유입 후 사회멤버로 정착하는 이민과 단기노동력의 수입은 엄연히 다르다. 

 결국 인구가 전부다. 지금처럼 일상변화가 급속한 때일수록 변화의 핵심동력인 인구변수를 분석하고 추적하는 건 중차대한 이슈다. 인구변수는 조만간 펼쳐질 미래사회·경제를 결정짓는 가장 상위인자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구변화로 세상은 흔들리고 뒤집힌다. 하물며 그 변화속도는 갈수록 위협적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특급열차처럼 멈춰 설 기미는 없다. 

 이제껏 인구변화는 증가에 방점이 찍혔다. 추세적인 인구증가가 세계적인 걱정거리였다. 지금도 세계평균으로는 여전히 폭발적인 증가세의 먹여 살릴 입이 두통거리다. UN만 해도 아시아·아프리카 등 후발국의 인구증가를 심히 염려할 정도다. 

 반면 고도성장이 종료된 한국 등 성숙국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시나브로 인구감소가 골칫거리 이슈로 떠올라서다. 구체화하면 ‘국력=인구’의 등식을 깨는 저출산·고령화 이슈다. 덜 낳고 더 사는 인구변화는 대개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결론과 연결된다. 불안·공포·충격적인 미래예측이 불가피하다. 노인인구(65세↑)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기록된 일본·독일·이탈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회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현재 혹은 미래이슈다.

 감소세에 진입했거나 막 들어선 국가에서 확인되는 인구변화의 후폭풍은 광범위하다. ‘현역감소·노인증가=인구감소’의 등식 때문이다. 재정압박·성장둔화·격차확대·사회폐색 등 유례없는 갈등유발이 예고될 수밖에 없어서다. 뭉뚱그려 봐서 이 정도지 항목별로 더 세분화하면 서로 얽히고설킨 채 파멸적인 화학반응이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런대도 의외로 위기감은 낮다. 학계를 비롯해 일부전문가가 인구변화의 위협경고를 월례행사처럼 강조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연금고갈 등 민감한 문제와 연동될 때 잠깐 심각성을 확인하고 돌아서면 그뿐인 모습이다. 당장 이해관계가 얽힌 현재이슈도 복잡하고 많은데 언제 올지 모를 미래이슈를 얘기하려는 동기부여는 실제 낮다. 

 통계도 이를 거든다. 한국은 엄연히 인구증가 사회다. 여전히 하루하루 사람이 불어나는 국가다. 인구감소를 주장해본들 체감위기가 낮거나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곧 인구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예측보다 빨리 다가설 수 있다. ‘당분간’이 아니라 어쩌면 ‘순식간’에 인구감소에 직면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인구추계를 초월하는 출산감소가 반복되는 한 인구구성의 변화양상은 한층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추계대로라면 아직 여유는 있다. 물론 ‘예상’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치를 복기해보면 예상은 대부분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훨씬 빠른 속도와 규모로 인구구성이 변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폈고, 고도성장을 경험한 중국이 한국과 어깨를 견줄 뿐 그 어떤 선진국이 걸어왔던 경로보다 급속한 기울기로 인구그래프가 그려진다. 2030년 5,200만명 이후 인구감소가 시작된다(통계청)지만 믿기는 힘들다. 다음 추계 때는 더 당겨질 게 확실시된다.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비율)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7년 5월 한국인구 100명 중 14명은 고령인구로 편입됐다. 2015년 추계 때보다 1년 앞당겨졌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아직’ 여유롭다. 세계랭킹으로도 결코 늙은 국가는 아니다. 문제는 14%(고령사회)와 20%(초고령사회)까지의 도달속도다. 이게 극단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현재수준에서는 세계최고다. 20%를 찍을 게 지금은 2028년이라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더 부정적이다. 근거는 간단하다. ‘고령인구(분자)/전체인구(분모)’의 분수 중 분모덩치에 직결되는 출산율 때문이다. 1.2명 아래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1명의 인구유지선보다 현격히 낮다. 이 정도까지 떨어질 건 예상하기 힘들었다. 전인미답과 미증유의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