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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ICT개혁의 시작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제거부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6.05
          

ICT개혁의 시작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제거부터


이정훈 (주)핑거 미래전략본부장


 2014년 3월 대통령이 참석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갑자기 국내 한 인기 드라마에 나왔던 ‘천송이 코트’가 언급되었다. 드라마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도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입고 나온 코트를 사려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왔으나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구매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다.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 문제를 지적하자 정부 부처에서 부랴부랴 관련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섰고, 9개월이 지난 12월 말에야 카드사들이 공인인증서 없이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서 그해 9월부터는 국내 최대 사용자 기반의 SNS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에서 SNS 앱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등록한 후 결제나 송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직구로 소비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중국에서도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간편 결제를 이제서야 도입하게 된 것이다. 

 IT 강국으로 자부해왔던 우리나라가 금융IT 분야에서 해외 각국과 이러한 격차를 보이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이다.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는 수천 건의 규제 사항을 나열해놓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사업을 승인해주지 않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자본금 요건도 10억~5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해외의 경우 기본적인 규제 원칙을 제시하고 나머지 이슈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나라에서는 기본적인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자본금 없이도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 등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금융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규제 항목을 모두 충족시키고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결론적으로 아주 작은 금융 서비스라도 일일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ActiveX)라고 하는 특정 보안기술을 의무적으로 사용하여야 하며, 새로이 전자금융업에 진출할 때 상당한 자본금을 갖추어야 하는 규제 상황에서, 기존 금융회사의 변화와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의 진입을 통한 금융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금융위원회는 2015년 1월말 규제의 패러다임을 사전적, 전지적 규제 방식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후적 책임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꾼다는 ‘IT 금융융합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액티브X기반의 공인인증서 사용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집계 결과, 2013년 말 3001만명에서 해마다 증가해 작년 말 3545명을 기록했다. ‘천송이 코트’ 사건 직후인 2013년 말과 비교하면 사용자가 500만명 이상 증가한 셈이다. 현재에도 정부의 대국민서비스(연말정산간소화, 민원24 등)와 금융회사 온라인 서비스(인터넷뱅킹 등) 대부분 공인인증서를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공인인증서를 고집하는 이유로 정보 유출 등 사고가 날 위험이 너무 큰 탓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2002년부터 10년 넘게 보안 시스템을 인증서 중심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이 틀을 갑자기 벗어 던지기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공약으로 공인인증서 제거를 적극 추진하고, 모든 인증서가 시장에서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게 하면서 정부가 관리하는 모든 사이트에서 액티브X를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정부?공공사이트는 예외 없이 노플러그(No-plugin)인 정책을 관철할 계획이라 공언했다. 

 당선 후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는 공공 웹사이트 및 사용빈도가 높은 민간 기업 웹사이트의 액티브X를 2018년까지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가 국민에게 “소통, 균등, 개혁” 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 했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부터 변화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규제 개혁과 함께 I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거나 생산과 유통방식을 혁신하는데 있어 정부와 금융회사, 언론, 의료, 과학, 등 전 영역에서 거대한 변화의 혁명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