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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미래를 보는 창, 일본 미라이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4.06
          

미래를 보는 창, 일본 미라이칸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22대 0, 이 엄청난 격차는 현재까지 일본과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스코어다. 해마다 노벨상 발표 시즌이 되면 과학강국 일본의 노벨상 수상소식에 우리는 부러움에 어깨가 움츠러들곤 한다. 2016년 10월에는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은 3년 연속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일본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우선은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을 중요시하는 국민 인식과 과학을 즐기는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이나 투자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상시적으로 과학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과학관은 한 나라의 과학문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관이 있다. 가령 영국은 런던 과학박물관,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엑스플로라토리움, 프랑스는 파리의 라 빌레트 과학산업관 등을 내세우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과학관으로는 단연 도쿄 미라이칸을 꼽는다.
 
미라이칸이 위치해 있는 도쿄만의 인공섬 오다이바는 해변공원, 배과학관, 팔레트 타운 등 명소가 몰려있는 복합 레저·쇼핑·관광지역이다. 일본어 미라이칸은 ‘미래관(未來館)’이란 뜻이며, 정식명칭은 ‘일본 과학미래관’이다. ‘인간과 21세기 신지식을 연결해준다’는 모토를 내걸고 2001년 7월에 개관됐고, 현재 독립행정법인인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진흥기구는 과학교육 지원, 과학미디어 운영, 과학이해증진사업 등의 일을 하는 기관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과학문화전문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과 비슷하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 모리 마모루(毛利衛)가 관장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리 관장은 개관 이래 16년 동안 계속 관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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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 과학미래관 입구에는 ‘지오 코스모스’가 매달려 있다(출처: www.miraikan.jst.go.jp).
 
미라이칸 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에 미라이칸을 상징하는 ‘지오 코스모스’가 매달려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1만 개가 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지구 모형 디스플레이 장치다. 나사(NASA)에서 지구 기온 데이터를 전송받아 현재 지구 모습을 구현하고 있고, 또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됐을 때 변화될 2100년의 지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 지오 코스모스는 ‘우주에서 보았을 때 빛나던 지구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우주인 모리 관장의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이름에서 엿보이듯 미라이칸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서비스되는 홈페이지의 인사말에서 모리 관장은 “과학기술 발달로 우리의 생활은 풍요로워지는 한편,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 한계도 느끼고 있다. 지구라는 혹성에서 100억 명의 사람들이 계속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는 지구 규모의 과제를 직시해야 하며, 일본 과학미래관은 과학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보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모아 지구의 미래에 공헌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라이칸은 상설전시, 특별전시, 돔시어터 등으로 구성되고 실험교실, 토크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상설전시관은 ‘세계를 탐색하다, 미래를 만들다, 지구와 연결되다’ 등 세 개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만져보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과학콘텐츠들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로봇쇼다. 혼다가 2000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나와 걷고 뛰고 손동작을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는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첨단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라이칸에서 하는 활동은 다음의 세 가지에 중점을 둔다. 우선,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나노,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에 관한 지식과 과학원리를 관람객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준다. 두 번째, 미라이칸에서의 활동은 과학전파자 역할을 하게 될 과학커뮤니케이터를 길러내고 궁극적으로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한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연관성을 창조한다는 것인데, 특히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미라이칸은 스스로를 과학기술자, 미디어, 자원봉사자, 회원 및 방문객, 정부, 학교, 일본 국내외 과학관, 산업계 등 8개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로 인식하며, 이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애쓴다. 과학기술과 사회, 과학자와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라이칸은 새로운 국제협력사업으로 이른바 ‘츠나가리(연계, 連繫)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2017년에 걸쳐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동영상으로 찍어 이를 미라이칸의 상징물인 지오 코스모스에 시연, 전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호주 퀘스타콘, 대만 국립과학교육센터, 뉴질랜드 과학체험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6개 과학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립부산과학관이 참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과학기술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동인이다. 아마도 미래사회에는 과학관의 사회적 역할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다. 미래의 과학관은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며 과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평생 학습의 장이 될 것이고, 다가올 미래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할 것이다. 요컨대 과학관은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교육문화공간이다. 과학관이 제 역할을 해야 과학문화가 바로서고, 과학문화가 바로서야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사회도 첨단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과학관으로 가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 과학관은 청소년, 학생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겨 찾는 생애주기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 나야 한다. 또한 과학영역에만 머물지 말고 과학이 사회와 만나고 과학자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라이칸은 과학미래관이자 미래과학관이기도 하다. 과학관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래의 과학관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과학관이라 할 수 있다. 미라이칸의 전시체험 콘텐츠들을 즐기다 보면 노벨과학상 수상자 22명을 배출한 일본 과학기술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