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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뇌를 닮은 도시, 신묘한 네트워크의 세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1.09
          

뇌를 닮은 도시, 신묘한 네트워크의 세계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아마도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것 중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인지도 모른다. 도로와 집, 그리고 상하수도와 에너지 등과 같은 각종 인프라들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집을 가꾸고 생활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도시라는 창조물이 한 번의 계획을 통해 전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기 보다는 시간과 함께 흥망성쇠를 하면서 계속 진화발전한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만들어지는 도시들이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들 조차도 일단 만들어진 뒤에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다. 마치 인간이 태어날 때 뇌의 형태는 엄청난 세월의 진화의 과정을 통해 선택된 형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라면서 뇌의 연결과 기능이 계속 조금씩 달라져서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개체로서의 개성을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도시와 인간의 뇌가 상당히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뇌와 도시의 비슷한 점에 대해 진지한 연구를 했던 논문이 하나 있다. 마크 창기지(Mark Changizi)와 마크 데스테파노(Marc Destefano)가 2009년 발표한 "Common Scaling Laws for City Highway Systems and the Mammalian Neocortex" 라는 논문인데, 도시의 고속도로 시스템에 국한해서 했던 분석이지만 포유류의 대뇌와 도시의 고속도로 시스템의 유사점을 수치로 제시한 재미있는 논문이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복잡한 일종의 시스템계의 유사성이 그냥 우연히 나타났다고 보기 보다는 신경과 도로로 표현되는 구조가 효율적으로 동작하기 위해 진화하다가 보면 이런 유사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처럼 뇌과학이 발전하고 미래의 도시의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융합적 접근이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해당 논문에서 발견했던 핵심적인 내용들을 중심으로 뇌와 도시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뇌와 도로 인프라가 어째서 비슷할까?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뇌를 구성하는 주요 구성요소들과 이들의 역할에 대해서 먼저 간략하게 알아보자. 인간의 뇌를 포함해서 포유류의 대뇌의 신피질은 회백질(grey matter)라는 것으로 구성된다. 신경세포의 세포체로 구성되어 있는 회백질은 다른 신경세포와의 연결을 위해 촉수와도 같은 짧은 수상돌기(dendrites)들과 긴 축삭돌기(axon)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신경세포들의 축삭돌기들이 모여서 다발을 이루면 하얀색 도로들이 뇌의 곳곳을 연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백질(white matter)이라고 한다. 뇌를 정량적으로 해부를 통해 측정을 하면 이런 회백질이나 백질의 부피와 전체 신경세포 및 시냅스의 수, 표면적, 축삭돌기의 직경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들 간의 관계는 서로 다른 포유류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한 수치를 보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피질 면적을 S라고 하면 S가 증가할 때마다 총신경세포의 수인 N은 S의 0.75제곱에 상수 b를 곱한 만큼 증가한다. 이 수치 하나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의 표면적과 뇌의 전체 신경세포 사이에 어떤 수학적 관계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비슷한 관계가 여러 가지 발견되는데, 뇌의 시냅스의 수와 표면적, 신경세포 하나 당 시냅스 수와 표면적, 백질 축삭돌기의 평균직경과 축삭돌기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평균 속도 등도 비례관계가 발견된다. 아마도 이런 수치들은 뇌가 얇은 판의 형태로 대뇌로 진화하는 과정 속에 가장 효율적인 비율을 찾아낸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즉 높은 수준의 상호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연결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가장 적게 들일 수 있는 구조가 진화를 통해서 선택된 것이다. 

 도시의 도로와 관련된 연구에 있어서 최근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올라간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인터넷의 연결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인터넷을 정보 고속도로라고 불렀을까? 이 블로그에서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개미들이 둥지에서 음식물에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 문제를 연구한 것에 대해 소개한 바도 있다. 이 역시도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비슷한 문제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린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진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진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리가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이다.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도 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 하였는데,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수 많은 영역에 적용되어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된다.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2009년 마크 창기지와 마크 데스테파노가 도시의 고속도로와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 큰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착안한 것은 처음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설득력이 있는 가설이다. 신경세포는 정보를 전기신호의 형태로 뇌의 서로 다른 위치에 전달하며, 고속도로는 사람들과 물체들을 도시의 이곳 저곳에 배송하는 인프라의 역할을 한다. 각각의 신경세포들이 인간의 뇌의 전체적인 기능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듯이, 도시에 있어서 도로의 역할도 이와 비슷하다. 단순한 연결구조 뿐만 아니라 동작하는 방식도 비슷한 점이 많다. 도시의 도로 시스템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다양한 방식의 공사 등을 통해 새롭게 개편이 되며, 신호체계가 바뀌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기도 하고, 지하철이 개통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도시의 도로는 외부로부터의 선택에 의한 변화의 압력을 받는데, 뇌도 이런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꾸준하게 대응한다. 만약 도시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도시 내부의 연결이 막히거나 외부 도시와의 연결에 문제가 생긴다면 급격한 인구의 감소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60개 도시에 대한 분석의 결과 
 창기지와 데스테파노가 집중한 것은 미국의 60개의 도시에 대한 분석을 통해 포유류의 뇌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신피질의 해부학적으로 알려진 다양한 제곱관계 비율수치와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것이었다. 

 먼저 분석한 것은 도시의 면적과 고속도로의 수의 관계였다. 이는 뇌의 표면적과 신경세포의 수의 관계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뇌의 표면적과 신경세포 수와의 관계에서 알려진 수치인 0.75에 근접하는 0.759라는 수치가 나왔다. 다음으로 비교한 것은 고속도로의 입출구 수를 신경세포의 시냅스 수로 생각해서 비교한 수치다. 신경세포에서 정보가 들어오고 나오는 것은 결국 시냅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 차량의 입출입은 고속도로의 입출구를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의 면적과 고속도로 입출구의 밀도의 관계를 조사한 수치는 1.066에서 1.210 사이의 수치로 계산되었는데, 이는 뇌의 표면적과 시냅스 총수의 관계를 표현하는 1.125라는 수치와 잘 맞아 떨어졌다. 심지어는 60개의 도시에서 계산된 수치의 거의 정중앙에 해당되는 수치다. 

 신경세포 축삭돌기의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는 수초화(myelinated)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초는 신경세포 축삭돌기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로 색깔이 하얗기 때문에 축삭돌기의 다발이 하얗게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백질로 불리는 것이다. 수초화가 되면 축삭돌기를 통한 정보의 전달이 보다 효과적이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고속도로의 경우 차선을 늘리면 사람들이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땅의 면적대비 고속도로의 차선은 0.174 제곱계수로 증가하는데, 이는 뇌의 표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축삭돌기의 직경이 0.125 제곱계수로 증가하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이 수치만 놓고 생각하면 다소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고속도로는 2차원의 세계이고 신경세포의 축삭돌기는 3차원의 통로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도시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고속도로의 표면적도 넓어지게 되는데, 이 때의 제곱계수는 1.433 정도였다. 뇌의 백질의 표면적과 뇌 전체의 표면적 사이의 계수는 1.375 정도로 매우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더 많은 재미있는 수치들이 있지만, 이를 정리해서 그래프를 그리면 아래와 같다. 생각보다 많은 제곱계수들이 정확한 비례관계로 표현된다는 것이 놀랍다.

 이 정도의 공통점을 가지고 도시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 뇌과학을 공부하자고 하면 말도 안되는 주장일 것이다. 그렇지만, 뇌도 일종의 네트워크이고 도시도 일종의 네트워크로 생각하고 그 공통점을 바라본다면 앞으로의 도시계획이나 미래의 도시에 대해서 생각할 때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네트워크 과학과 복잡계와 관련한 여러 연구들이 도시와 뇌에 대한 연구를 할 때에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복잡계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도 앞으로 지도라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뇌의 연결지도 등이 구축이 되서 나온다면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