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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다양성에 기초한 새로운 미래농업의 가능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1.07
          

다양성에 기초한 새로운 미래농업의 가능성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개인적으로 앞으로 10년을 바라본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로 대별되는 라이프 테크(Life Tech)라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푸드테크(Food Tech)와 애그리테크(Agri Tech)로 명명되는 음식과 농업부분의 혁신이 가장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보는데,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이나 새로운 배양법을 이용한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 원천의 개발 등과 같이 첨단의 과학기술이 접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믿어왔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농법이나 양식법 등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련하여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2012년 PLoS One 저널에 발표된 생산성과 환경, 그리고 경제성을 모두 잡은 다양성에 기반한 농법에 대한 논문을 찾게 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에 링크된 논문 본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2012년 10월에 소개된 이 논문은 속칭 마르스덴 농장(Marsden Farm) 연구라고도 불린다. 혁명적인 개념을 담고 있지만, 농법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일명 통합해충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라는 것을 도입해서 작물의 로테이션과 다양성을 증가시킨 22에이커에 달하는 아이오와주의 마르스덴 농장의 실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유기농법과 일반적인 산업농법을 적절히 배합해서 사용하였는데, 이를 통해 수확량과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훨씬 적은양의 농약 및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가정은 다양한 작물을 키울 때 서로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서 이들이 상호보완을 하게 되고, 이것이 현재와 같은 단일 품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농법보다 중장기적으로 수확량과 경제성까지도 더 나을 것이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런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서 22에이커에 이르는 마르스덴 농장에 세 가지 다른 방식의 농장 운용을 동시에 하였고 파종과 수확에 이르는 사이클도 여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첫 번째 방식은 옥수수와 콩을 2년 단위로 번갈아서 재배하는 것으로 아이오와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윤전 농법이다. 이 농지에는 전통적인 제초제나 살충제를 활용하였다. 두 번째 방식은 3년 단위로 옥수수, 콩, 귀리, 그리고 겨울에 붉은 클로버를 심는 것이었다. 클로버는 토양의 건강을 위한 일종의 "덜 썩은 퇴비"의 역할을 수행한다. 겨울동안 이를 통해 질소를 토양에 흡수하게 하고, 봄에 개간을 할 때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질소가 토양에 풍부하게 뿌리내리게 한다. 세 번째 방식은 붉은 알파파(alfalfa, 가뭄이나 무더위, 추위에 잘 견디는 풀로 사료나, 건초나 목초로 쓰기 위해 재배한다)를 붉은 클로버 대신 4년 차에 재배하고, 이를 동물 사료로도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여기에 동물들이 이 풀을 뜯으면서 자연스럽게 용변 등을 배출하게 하여 퇴비로 쓸 수 있게 한 방식이다. 두 번째나 세 번째 방식의 경우에도 제초제나 살충제를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에만 써서 최소한으로 사용량을 억제하였다. 

 이렇게 서로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서로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면 잡초가 자라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초제를 적게 쓰게 되며, 살충제도 적게 쓰면 해충을 잡아먹는 다른 벌레나 새들도 보호할 수 있어서 단순히 화학약품을 조금 덜 쓰게 되는 수준을 넘는 효과가 나타난다. 8년 동안의 실험을 통해 비교한 결과 3년 또는 4년 윤전제를 한 경우에 전통적인 방식보다 8배나 적은 제초제와 살충제를 쓰게 되었다. 클로버와 알팔파를 통해 합성비료 역시 86%나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고, 해당 지역의 물의 독성은 기존 시스템보다 무려 수백 배나 적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기존의 믿음과는 달리 전통적인 농법과 동일한 수준의 수확량과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관리의 어려움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을 제초제와 살충제의 양을 줄인 것으로 충분히 메꿀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적은 농약을 쓰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고, 더 깨끗한 환경을 지키고도 같은 수준의 생산량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이 논문의 골자다. 

첨단의 기술이 중요한 것 같지만, 이렇게 근본적으로 순환되는 땅과 생태계의 조화를 잘 연구해서 접목하는 농업기술의 개발이 어쩌면 미래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보다 다양한 작물들을 기르면서 땅과 식물 생태계의 풍부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접근방법이 기후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홍수와 가뭄 등에도 훨씬 강하다고 하니, 단순히 단일한 접근방식으로 모든 것을 양적으로 승부했던 20세기적인 방식들이 이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비단 IT나 서비스업, 제조업 등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닌 듯 싶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가축들의 배설물이 자연스럽게 토양의 강화로 이어진 점과 이들의 사료비 절약 등에 대한 것도 있다. 좀더 넓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생태계적인 접근을 한다면 우리가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가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의 농업 혁신은 보다 생태학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확장할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는 융합적인 방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생산성에 목을 매달거나, 반대로 유기농에 빠진다거나, 하나의 작물에 집착하는 사고를 극복할 때 더 나은 미래농업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젊은 혁신 농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농업에 우리나라의 미래산업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믿고 있는데, 아직 혁신가들의 관심도는 그에 못미치는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