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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로봇과 인공지능의 전성기에 인간은 무엇을 할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7.18
          

로봇과 인공지능의 전성기에 인간은 무엇을 할까?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을 포함한 기계들이 사람들의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대체하는 현상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로봇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은 과거의 육체적이고 기계적인 노동이 아닌 인공지능을 이용한 인지기능이 발전한 인지기계(cognitive machine)가 산업혁명 이후에 지식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주된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라이스 대학(Rice University)의 컴퓨터과학자인 모쉐 바르디(Moshe Vardi) 교수는 2045년 이면 인공지능 기계들이 전부는 아니여도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의 상당한 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영화 <그녀 Her>에서 나온 것처럼 정말 인간과 비슷하게 느끼는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아직 근 미래에 등장하게 될 지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인간들이 현재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중요한 성과라고 이야기했던 체스두는 수퍼컴퓨터 딮 블루(Deep Blue)가 세계 최고의 체스마스터인 캐스파로프(Kasparov)를 꺾은지 15년 만에 왓슨(Watson)이 자유로운 인간의 언어로 대결하는 퀴즈에서 최고의 퀴즈챔피언 켄 제닝스(Ken Jennings)를 꺾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무인자동차도 버젓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런 발전의 정도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30년 정도면 인공지능 컴퓨터나 기계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모쉐 바르디 교수의 예상은 그리 과장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시기가 된다면 현재의 일자리 수백 만개가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새로운 네오-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질수도 있다. 이미 자동화와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앱의 형태로 공유택시를 탈 수 있는 우버(Uber)같은 경우 많은 나라에서 이 서비스를 반대하는 운동이 있는 것을 보면, 네오-러다이트 운동의 등장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런 자동화나 기술의 진보를 통한 일자리의 변동은 인류의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있었던 것인만큼 과도하게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딘가 일자리는 새롭게 생길 것이며, 최근의 발달된 IT환경과 인터넷을 감안한다면 과거보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언제나 사회적인 불안정성과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였고, 무의미한 싸움도 많이 벌어졌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결과는 인류의 삶과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지, 뒤로 퇴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과거보다 상품은 저렴하고, 질이 좋아졌으며 일반인들의 삶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어떤 일을 인간들이 하고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주제로 논의를 옮겨보자. 

 아마도 앞으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많은 일들을 대체하면서 저렴하고 대량생산된 제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각종 서비스의 상당 수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록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인간이 시간을 들여 만든 수제(handmade) 아이템을 찾게 된다. 만약 대량생산의 생산성과 표준화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높은 가치를 쳐주는 명품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정밀도나 질에 있어서는 약간 떨어지더라도, 인간은 인간의 시간을 들여서 무엇인가를 이룬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 장인들이 만든 작품이나 예술품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미래에는 좀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비슷하게, 주변에서 잘 보기 어려운 독특함에 대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보다는 충동적이고, 특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들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기계와 인공지능을 벗어난 사회를 만끽하는데 돈을 지불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것은 스포츠 산업이 발달했던 과정이다. 이미 수 많은 기계들이 인간의 육체를 뛰어넘는 힘과 스피드,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고, 여러 기계들이 인간들의 일을 대신하면서 평균적으로는 인간의 육체가 과거의 인간들보다 체력적으로 떨어진 육체를 가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 게임에 등장하는 운동선수들의 기록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계속 양산하고 있으며, 야구나 축구 등의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의 기량도 더욱 나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아마추어로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면서 대회 등에 출전했지만, 이제는 프로스포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자체가 중요한 산업군이 되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사람들도 계속 운동을 하고, 이를 즐기는데 많은 돈을 지불한다. 최근에는 X스포츠와 같이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에도 거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인간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극지나 사막 등의 탐험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스포츠나 운동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과거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뭔가 내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고, 힘이 들게 만들면 돈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과거의 선조들이 보기에 이해가 될 만할까?

 프로스포츠의 경우에는 단지 최고의 운동선수들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큰 돈을 벌어가지만, 다양한 포 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나 백업 능력이 있는 선수들. 그리고, 프로스포츠 리그도 다양하게 지역과 시장을 두고 커지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선수들을 관리하는 등의 산업도 생겨나면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기능을 대체하고, 대신 일을 하기 시작하면, 인지기능을 스포츠로 생각하는 다양한 산업들도 등장할 것이다. 이미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이스포츠(e-Sports)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중계하는 TV네트워크도 커다란 금액에 구글과 같은 커다란 회사에 인수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두뇌를 겨루는 다양한 방식의 게임과 스포츠가 고안되고, 이를 준비하는 선수들도 커다란 산업을 이루면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생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정신건강과 인지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공부와 토론, 교육산업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리고, 지식과 토론 등을 즐기고, 다양한 논점의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등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이스포츠를 통해서 나왔듯이 컴퓨터나 기계를 도구로 같이 협업하는 방식의 새로운 스포츠나 레저, 엔터테인먼트 활동도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축구, 탁구, 테니스를 거쳐서 자동차 레이싱 등의 스포츠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했듯이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쩌면 너무나 작은 직업군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아마도 많은 직업들은 우리가 언급하지 않은 것들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하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에도 작가로 실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현재 전통적인 의미의 기자나 작가들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인터넷 미디어까지 포괄하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뿐인가?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의 음악, 미술, 영화산업 등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겠는가? 그러나 현재 이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이렇게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군에 대해서 당대에는 대부분 너무나 작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새로운 변화는 새롭게 등장하는 인프라에 의해 가속화된다. 그 중의 하나가 코세라(Coursera)나 edX, Udacity 등과 같은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ware)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글이 Udacity에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하였다. MOOC는 과거에는 받을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교육을 쉽고도 빠르고, 짧은 기간 동안 저렴하게(심지어 공짜로) 제공한다. 새로운 기술을 쉽게 익히고, 그 어떤 때보다 저렴한 도구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와 같은 강력한 홍보수단의 존재,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주는 크라우드소싱 펀드를 이용해서 마이크로 스타트업이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간단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최근의 환경변화는 앞으로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등장시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과 연관된 산업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될수록 더욱 일상용품화되고 별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들이 일을 안하고 빈둥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며,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이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런 삶을 위해서 경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